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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방 주인이 말하는 청심환…"원가 10만원이라 안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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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약재 한 첩에 담긴 정성' 조사 보고서 발간

연합뉴스

조선 후기에 편찬한 의서 '제중신편'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우황청심환' 혹은 '우황청심원'이라고도 하는 '청심환'은 잘 알려진 한약이다.

청심환은 소 쓸개 속에 생긴 덩어리인 우황과 인삼 등 약재 30여 가지로 만든다. 뇌졸중 초기 치료에 효과가 있는데,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도 한다. 약국에 가거나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종류가 많고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오랫동안 한약을 만든 전문가는 청심환을 어떻게 볼까. 대전의 한 한약방 주인은 국립민속박물관이 29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처방에 보면 경면주사라는 약재가 있는데, 경면주사를 적절히 처리하지 않고 먹으면 수은 독이 있다. 제약회사는 경면주사를 빼고 만들어 약효가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한방을 모르는 사람이나 회사는 수은 성분이 강한 경면주사를 안 넣어도 되는 줄 알고 빼기도 한다"며 "한약방에서는 수은 독을 없애기 위해 대추를 넣는다"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펴낸 보고서 제목은 '약재 한 첩에 담긴 정성, 한약방 한약업사의 하루'다. 한약업사는 보통 한약방 주인을 뜻한다. 다양한 한약재를 취급하고, 한의서를 참조해 한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조사를 담당한 하도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보고서에서 한약방 주인들이 한 말을 종합해 "우황청심환은 원래 처방대로 만들면 판로가 전혀 없다"며 "처방대로 31가지 약재를 다 넣으면 원가가 개당 10만 원에 가깝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31개 약재 중에는 유통이 안 되는 재료도 많은데, 설령 구한다고 해도 팔 수가 없어서 지금은 못 만든다"며 "제약회사 등에서 재료 몇 가지만 넣어 생산한 값싼 우황청심환으로는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 연구사는 TV 드라마에 나오는 사약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했다. 그는 "사약에 많이 쓰이는 부자 등은 약사법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뜨겁게 먹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지 않는다"며 "독약에도 해독제가 있는데, 감초와 검은 쥐눈이콩 한 줌을 넣어 만든 감두탕이 해독 효과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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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저울과 약장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물관이 한약방에 주목한 이유는 의료체계가 현대화하고 서양화하면서 한약방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국에 남은 한약방은 약 700곳이고, 주인 대부분은 70세를 넘었다고 알려졌다. 또 현행법에 따른 규제 때문에 1983년부터는 한약업사 신규 허가가 나지 않았고, 자격시험도 사실상 폐지된 상태라고 한다.

보고서는 "일제강점기에도 한약업사는 의료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의사가 없는 마을에서 의료체계의 한 축을 담당했고, 한의대를 설립해 한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을 배출한 한약업사는 사라져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한약방 상황을 상세히 기록하고, 전국에 남은 한약방 22곳의 한약업사 면담 조사 내용을 수록했다. 또 서울약령시·대구약령시 위상 변화와 미래 가치를 다룬 논고를 실었다.

하 연구사는 "대부분의 한약업사는 기존에 있는 한의서를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특별한 처방을 가지고 있고, 불치병을 고친 경험도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자연환경 파괴로 인한 인재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약업사들은 양방에서 너무 겁을 줘서 가만히 놔둬도 되는 병을 수술로 고치려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약의 과학화를 위해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발간사에서 "한약업사의 애환과 한약 관련 기술을 담은 보고서가 훗날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한약방에 대한 타임캡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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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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