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김두관(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이재명, 추미애 후보가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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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대선 정국이 ‘호남’과 ‘친문’ 민심 잡기에 치중되면서 후보들 간 상호비방전이 심해지고 있다. 연일 서로의 ‘과거 언행’을 놓고 맞부딪치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의 신경전이 여권 내부의 해묵은 지역감정과 친문 지지 논쟁으로까지 번지며 충돌하는 양상이다. 당 안팎에서는 당 지지층 확보에만 집중하는 편협한 인식이라는 지적과 함께 ‘민심과는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측은 주말인 24~25일 ‘호남’과 ‘친문’이라는 주제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먼저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의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 전 대표가)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는 인터뷰 발언을 문제삼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인터뷰 중 ‘백제’라는 단어를 지목해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라며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의 시계바늘이 한참 뒤로 돌아갔다”고 직격했다. 호남이 삼국시대 백제 영토라는 점을 들어 이 지사의 발언이 ‘호남 비하’라고 공격한 것이다.
또다른 호남 출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25일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의 역사인식이며 확장력을 출신 지역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일베(극우보수 커뮤니티)와 같다”고 이 지사를 맹공했다. 같은 호남 출신 후보인 박용진 의원은 “삼국시대 수준의 논쟁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는 민주당 경선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 지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 측이 극단적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며 “지역주의를 조장하지 말자면서 되려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두관 의원도 “‘이 전 대표가 승리하면 새로운 역사가 된다’고 당선을 기원한 것을 호남불가론으로 둔갑시켰다”고 지원했다. 영남 출신 후보들이 공동 전선으로 맞선 모습으로도 해석됐다.
‘드루킹 사건’ 유죄를 확정받아 재수감을 앞둔 친문 핵심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놓고서도 설전이 벌어졌다. 이 전 대표 캠프가 이 전 대표와 김 전 지사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다. 이 전 대표 캠프 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이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전 지사가 이 전 대표에게 ‘(문재인) 대통령님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고, 이 전 대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잘 모시겠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경수, 이낙연, 문 대통령, 당원들은 하나가 됐다”고 했다.
이 지사 측은 날선 반응을 보였다. 김남국 의원은 SNS에서 “일부러 ‘문심’이 여기 있다는 식으로 오해하게 하려고 한 것”이라며 “대통령을 경선에 끌어들이는 것이 과연 대통령을 지키는 일인가”라고 역공했다. 다른 후보 진영 관계자들도 “대놓고 김 전 지사를 활용한 친문 마케팅이 아니면 뭐냐”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정책 공방’은커녕 연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공방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친문과 호남이라는 ‘당심’에 호소하기 위한 후보들의 전략이 상호비방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후보들이 ‘검증 차원’이라고 말하지만 ‘말꼬리 잡기’ 정도나 흑색선전식의 공세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후보 진영에 속해 있지 않은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4·7 재·보궐선거 참패에서 보듯이 지나친 당심 전략은 민심과 점점 괴리될 수 있다”며 “지금 민심이 원하는 건 서로 친문·호남을 놓고 싸우는 게 아니라 부동산 등 정책 경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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