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중국 문제·아세안 협력 등 현안 폭넓게 논의
최종건(왼쪽) 한국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오른쪽)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가운데)이 21일 오전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 공관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는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권 시절이었던 2017년 10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뒤 약 3년 9개월 만이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론 처음이다. 도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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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만난 한미일 3국 외교 차관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정책 등에 대해 논의하고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3국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21일 오전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 공관에서 ‘제8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최 차관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최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4년간 중단됐던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가 다시 복원됐다”며 “한반도 평화는 물론 다양한 사안에 대해 논의하며 한미일 협력의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최 차관은 3국이 앞으로 이 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열기로 했다며 “3국 외교차관 협의가 한미일 공조의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무산과 관련한 질문에는 “이 시기는 상호간 공통점을 더 부각할 필요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가진 양국 실무협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지속해서 논의하기로 했고, 지금부터 더 진전된 결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방향성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덕담도 여러 차례 해, 한일 정상회담 무산으로 양국 관계 개선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불식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구체 방안 등 대북 정책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졌다. 최 차관은 “한반도 비핵화는 ‘롱 게임(long game)’”이라며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하고, “조급해 하지 않되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관리하고 더 진전시키기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외교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북한의 반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셔먼 차관은 “협의회를 지속적으로 하자고 합의한 것은 북한에 확실한 메시지를 줄 것”이라면서 “적절한 인내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인내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북한도 팬데믹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유엔 안보리 제재도 부담인데 더 좋은 미래를 위해 비핵화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며 북한을 향해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답할 것을 촉구했다.
세 차관은 이외에도 동·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행동,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 촉진 등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셔먼 차관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평화, 안보, 번영에 한미일 동맹이 중추적 역할을 한다”며 동맹 복원을 강조했다. 또 “미국의 국익에 반하거나 동맹국에 위협이 있으면 미국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면서 “남중국해에서 항해와 항공의 자유”를 강조하며 중국을 겨냥했다. 최 차관은 미얀마의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한미일이 공조해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는 지난 2015년 4월 시작돼 다음 해엔 네 차례나 열렸다. 그러나 2017년 기존 동맹 관계를 중요시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 후 뜸해져 2017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았다. 이번 협의회는 올해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셔먼 부장관의 동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한미일 동맹 복원을 중시하는 미국 주도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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