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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시시비비] 질서있는 통화정책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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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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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제학이 이룬 중요한 업적의 하나는 정책의 파급효과를 정책당국과 민간부문 사이에 벌어지는 전략적 게임의 산물로 본 것이다. 민간의 의사결정은 정책당국이 어떤 정책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에 의존하고 당국은 민간이 어떤 기대를 형성하는지 감안해 정책을 선택한다.

정책당국의 소통은 기대에, 기대는 시장변수에 차례로 영향을 미친다. 소통이 시장변수와 일관성을 가질 때 정책당국의 신뢰가 구축되며 당국이 의도한 대로 질서 있는 시장의 조정이 가능하다.

지금 전 세계 금융시장은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년 들어 경제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치솟았던 미 국채 수익률은 5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채수익률이 하락한 것은 기대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됐기 때문이다.

종전 후 가장 높은 수준의 연방정부 빚(올해 GDP 대비 102%)을 기록할 정도로 민주당 정부의 막대한 지출에 따른 재정적자와 제로금리하에서 월 1200억달러에 이르는 Fed의 자산매입은 인플레이션 논쟁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은 하향 안정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이 보복소비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Fed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대신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긴축 재정정책 기조로 돌아선 당시와 달리 확장 재정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갭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자극하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레버리지 투자에 따른 자산시장의 강세는 재개됐다. 지난주 발표된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예상 밖으로 13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지속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것은 과연 Fed가 질서 있는 조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10년 이상 지속된 저금리는 코로나19 위기로 절정에 달했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대부분 나라들은 확장재정을 꾀했다.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국가채무(GDP 대비 105%)는 1년 전보다 17% 증가했다. 빚은 정부만 늘어나지 않았다. 지난 10여년간 가계와 기업의 빚도 엄청나게 늘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GDP 대비) 민간의 빚은 중국이 100% 이상, 우리나라가 50% 이상 각각 늘었다.

따라서 Fed가 움직이면 다른 중앙은행이 따라했던 기존과 다르게 신흥국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을 제외한 상당수 선진국 중앙은행도 통화정책 정상화 모드로 돌아섰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양적완화를 중단했고 호주 중앙은행은 테이퍼링을 시작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3월, 영란은행은 5월 각각 테이퍼링에 들어갔다. 선진국 가운데 노르웨이가 하반기에 금리 인상을 예고했으며 신흥국은 터키,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변이 바이러스가 변수일 수 있으나 다수 전문가들의 주장대로 물가상승 압력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Fed의 테이퍼링 시점에 대한 논쟁은 가열될 것이다. 지난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통제불가능 상태에 빠질 때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이 시점이 당겨질 때 시장의 질서 있는 조정은 그만큼 어렵고 레버리지가 큰 나라의 고통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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