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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던 기름값의 기세가 잦아들었다. 산유국이 증산에 합의하면서다. 석유 생산이 늘어나며 유가 상승 압력도 낮아질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다음달부터 석유 생산을 매달 하루평균 40만 배럴 규모만큼 늘리기로 18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하루 평균 580만 배럴인 OPEC+ 회원국 전체 감산 규모도 줄여나가기로 했다. 다만 감산 정책 시행 기간은 내년 8월에서 내년 12월로 연장했다.
OPEC+가 증산에 합의하면서 시장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지난 5일 77달러 선까지 오르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브렌트유 가격은 19일 73달러 수준으로 소폭 하락했다. 5일 76달러 선까지 오른 서부텍사스유(WTI)도 71달러 선으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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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8월부터 하루 40만 배럴 증산
이번 합의에 따라 OPEC+ 회원국은 다음 달부터 원유 생산을 매달 40만 배럴씩 늘린다. OPEC+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하루 1000만 배럴씩 석유 생산을 줄였다. 그러다 지난해 말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가면서 감산 규모를 하루 580만 배럴 규모로 줄였다. 이번 증산으로 또 다시 감산 규모를 줄이게 됐다.
세계 경기 회복 속 국제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증산의 필요성은 커졌지만 산유국간의 이견은 컸다. 아랍에미리트(UAE)가 감산 또는 증산의 기준점이 되는 회원국 간 석유생산할당량(쿼터)을 조정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더 많은 양을 감산해야 한다고 반발하며 증산 합의가 무산됐다.
이에 OPEC+는 주요 회원국 모두의 쿼터를 올리기로 했다. UAE는 기존 316만 배럴에서 350만 배럴, 사우디아라비아는 1100만 배럴에서 1150만 배럴로 50만 배럴 높였다. 러시아(50만 배럴), 이라크·쿠웨이트(각각 15만 배럴)도 쿼터를 늘렸다. 이로써 사우디와 UAE 간 대립으로 촉발됐던 산유량 조정 갈등은 종식됐다.
알 마즈루이 UAE 석유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석유장관이 OPEC+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게 해준 것에 감사한다”며 “UAE는 OPEC+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OPEC+의 내부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국제 유가의 단기 변동성도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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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에 턱없이 부족…"연말에 배럴당 80달러 간다"
지난 16일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한 주유소에서 한 고객이 주유를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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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합의로 단기적으로는 유가를 떨어뜨릴 수 있지만, 상승세를 탄 국제유가의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도 많다. 증산 규모가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 CNBC 방송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하반기 하루 150만 배럴의 원유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OPEC+가 공급량을 늘린다고 해도 현재 수준으로는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OPEC도 내년 세계 원유 수요량을 올해 대비 3.4% 증가한 하루 9986만 배럴로 예상했다. CNBC는 “많은 시장전문가는 OPEC+이 감산량을 줄이더라도 석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해 하반기까지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보도했다.
다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는 건 또 다른 변수다. ‘제2의 팬데믹’ 상황이 발생한다면 원유 수요 심리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 때문에 OPEC+가 감산 규모 축소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OPEC+의 감산 규모 축소 폭은 매우 작다”며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산유국이 현재 원유 가격에 만족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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