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기능 갖춘 ‘강남 대체 신도시’
수도권에서 집값이 서울 못잖게 높은 곳을 꼽으라면 단연 2기 신도시 중에서도 ‘으뜸 신도시’로 통하는 판교를 빼놓을 수 없다. 2003년 정부가 판교, 위례, 동탄1·2, 광교 등에 60만가구가량을 공급할 2기 신도시를 조성키로 했다. 판교신도시는 안랩, 한글과컴퓨터, 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등 유명한 IT·게임 업체를 여럿 유치하며 2기 신도시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았다.
부침은 있었지만 이후 주택 경기 회복세를 타고 판교 아파트값은 꾸준히, 그리고 가파르게 치솟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판교 대장주 아파트로 꼽히는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98㎡(옛 39평형) 매물은 지난해 말 26억5000만원(18층)에 팔린 후 거래가 끊겼다. 3.3㎡당 가격으로 치면 서울 강남권 여느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인 6000만원가량이다. 인근 주상복합 알파돔시티판교알파리움1단지 전용 123㎡는 지난 5, 6월 연달아 24억원, 23억7000만원에 사고팔렸다. 최초 분양 당시 평균 7억9360만원에 공급됐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3배가량 오른 셈이다.
판교는 여느 신도시보다 교통 여건이 매우 뛰어난 편이다.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서울 강남권을 빠르게 오갈 수 있고 신분당선 판교역을 이용하면 서울 강남역까지 13분이면 도착한다. 분당~내곡·분당~수서 간 고속화도로 등 도로망이 잘 갖춰져 있다. 기존 경부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도로, 최근 개통한 서울~용인 간 고속도로 등 광역도로망이 두루 지나고 판교신도시 내 성남역을 통과하는 GTX A노선이 조기 착공에 들어갔다. GTX A노선이 개통하면 삼성역·서울역 등 서울 주요 도심은 물론, 일산·파주 운정 등 수도권 서북부와 용인·동탄 등 동남부 주요 도시 접근성이 향상된다. 서판교역을 지나는 월곶~판교 복선전철도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판교 제2·3테크노밸리 조성 사업이 가장 큰 호재다. 기업 수백여 곳이 입주해 일자리가 늘어나면 그만큼 주거 배후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서다. 늘어나는 일자리와 인구에 맞춰 교통 인프라도 풍부해지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자족도시 기능에 교통망을 두루 갖춘 판교는 10년 후에도 강남 대체 신도시로 미래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5위 위례
▷송파 걸친 입지, 위례신사선 개통 호재
수도권 2기 신도시인 위례신도시는 남다른 입지 여건을 자랑한다. 4만2947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위례신도시는 서울 강남권에 속한 송파구 남동쪽인 거여·장지동과 성남시 창곡·복정동, 하남시 학암·감이동 일원 등 3개 시 지역에 걸쳐 있다. 수도권 신도시지만 총 면적 6.8㎢ 중 38%인 2.58㎢가 서울 송파구에 속한다. 판교신도시가 서울과 떨어져 있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강남 대체 신도시 성격을 띠는 데다 인근에 문정법조타운 등 굵직한 개발 호재가 많아 지난 수년간 청약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교통 여건도 좋은 편이다. 신도시가 서울외곽순환도로를 따라 조성된 데다 동부간선도로와 분당~수원 간 고속도로 등 광역교통망이 잘 연계돼 있다. 또한 송파대로를 통해 잠실로, 내곡IC를 통해 강남역 등 핵심 지역으로 손쉽게 갈 수 있다. 5호선 거여·마천역과 8호선 장지역이 위례신도시 외곽에 있어 이용하기 다소 불편하지만 마천역과 복정역을 이어주는 ‘트램’이라는 전차 형태의 친환경 교통수단이 계획돼 있다. 위례와 강남구 신사역까지를 잇는 경전철 위례신사선은 내년 착공이 목표다. 위례신사선이 개통되면 위례신도시에서 강남까지 직통으로 갈 수 있고, 삼성역까지 5정거장이면 도달한다.
다른 2기 신도시와 구별되는 위례신도시만의 특징도 눈에 띈다. ‘휴먼링’과 ‘트랜짓몰’이 대표적이다. 조깅,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산책로 휴먼링은 청량산과 공원들을 연계한 총 길이 4.4㎞ 규모로 위례신도시 중심 지역을 둘러 환상 형태로 조성된다. 신교통수단인 트램이 복정역과 마천역을 연결하면서 문화·상업시설이 노선을 따라 조성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트램 노선을 따라 조성되는 문화·상업시설지구가 트랜짓몰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위례신사선은 강남 핵심 지역을 두루 관통해 ‘진짜 강남 노선’으로 불린다. 착공을 앞두고 수혜 예상지 주택 가격 상승 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성남권역 창곡동에 ‘위례자연앤센트럴자이(2017년 입주, 총 1413가구)’ 전용 59㎡는 지난 6월 14억2300만원(15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앞서 3월 당시 최고가인 13억9000만원에 팔렸다가 한 달도 안 돼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만 위례는 신도시가 서울 송파구와 성남, 하남으로 행정구역이 분리돼 있다. 행정구역 구별은 입지뿐 아니라 교육 환경을 좌우할 학군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에서도 판교역이 가까운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은 서울 강남권 못지않은 집값을 자랑한다.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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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투자 주의점은
▷교통 편의·기업 접근성 따져봐야
사놓기만 하면 가격이 오르는 서울과 달리 아직 교통·개발 계획이 온전치 않은 신도시들은 집값을 좌우하는 변수가 여럿이다. 지금은 집값이 비슷한 곳이라도 정책·개발 호재 여부에 따라 언제 차이가 벌어질지 모른다. 1기 신도시 일산과 분당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곳은 개발 초기에는 아파트 가격이 비슷했다. 그러다 분당이 교통 대책, 강남 접근성, 산업 인프라 등에 앞서나가면서 가격이 점차 벌어지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두 지역 간 아파트값 격차가 2배 넘게 벌어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도시에 투자할 때는 사전에 수요·입지·교통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장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지역을 고르라는 조언이다. 판교신도시처럼 자족기능을 갖춰 일자리가 많거나, 과천·분당 등 도심 업무지구가 가까운 곳은 수요가 꾸준히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한태욱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는 “같은 신도시 지역이라도 지하철, 도로 등 교통 편의성, 기업 접근성 등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례신사선, 서울 지하철 연장선 등 철도 신설은 분명 호재지만 이미 집값에 반영돼 있는 경우가 많다. 철도 착공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오히려 집값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도 적잖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GTX 개통 호재가 있더라도 서울 도심 접근성이 기대에 못 미치면 경기 침체기에 집값 거품이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GTX 신설역 호재에 집값이 급등한 신도시가 수두룩하지만 단기간 급등한 만큼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개발 호재가 몰리는 신도시는 투자 수요가 한꺼번에 늘면서 집값 거품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집값 상승세만 보고 덜컥 투자했다가 경기 침체기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잖다. 무리한 대출 대신 여유자금을 바탕으로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 윤재호 대표의 당부다.
설문에 도움 주신 분들(가나다순, 총 16명)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김학렬 스마트부동산 소장,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양지영 R&C연구소장,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한태욱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7호 (2021.07.14~2021.07.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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