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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르포]"샤넬 오늘 사면 12% 개이득"…연차 쓰고 의자 들고 '오픈런'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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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클래식 미디움 등 인상 소문에 2배 긴줄

대리구매자 고용…百 돌며 대기명단에 '이름'

뉴스1

29일 오전 9시 25분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개점 직전 샤넬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의 모습.© 뉴스1 배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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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클래식백 구매하러 왔어요. 이번에 가격 인상 폭이 크다고 들어서 꼭 사야겠더라고요. 혹시라도 운이 좋으면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것)에 성공할까봐…"

"지난달 오프런에 실패했는데 조만간 가격 인상이란 소식을 듣고 오픈런하러 왔어요. 지난달 오픈런 때보다 사람이 2배 이상 늘어난 것 같아요."

70여명 남짓한 사람들로 통로는 물론 에스컬레이터 옆까지 빼곡히 앉아 있는 사람들로 꽉 찼다. 놀이기구 탑승을 기다리는 테마파크의 풍경을 방불케 했다. 29일 오전 8시 10분, 개점 1시간 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샤넬 매장 앞 풍경이다.

대기하는 고객들의 모습도 각양각색이었다. 편안한 옷차림에 굿즈 대란을 일으킨 스타벅스 캠핑 의자부터 매트·담요·돗자리 등 다양한 아이템을 가져와 편하게 자리 잡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실상은 명품 매장보다는 시장통에 가까웠다.

오프런은 처음이라는 직장인 김보배(32)씨는 "리셀 업자들이 많아지면서 원하는 핸드백을 구하기 힘들어졌다. 오픈런이 어려우면 수십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사야 하는데 부담스러워 하루 연차를 쓰고 백화점을 방문했다"며 "사진으로만 보던 오프런 현장을 보니 놀랍다"고 말했다.

백화점 개점 30분 전인 10시부터 앉은 순서대로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 백화점 직원은 대기 고객들의 체온을 재고 또 다른 직원은 태블릿PC를 통해 대기 명단을 받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대기 예약마저 일찌감치 마감됐다. 매장 오픈 전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원 수만 150여명에 달했다. 백화점 개점 5분 전 샤넬 매장 한 직원은 "대기 명단 접수가 마감됐다.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고객분들은 개점 후 매장 앞으로 방문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 달라"고 부탁했다.

이 같은 직원의 요청에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고객들의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개점 직전 50여명 남짓한 사람이 백화점 셔터가 올라가길 기다렸다. 셔터가 반쯤 올라갔을 때쯤 대기 고객들은 몸을 숙여 순식간에 샤넬 매장으로 달려갔다.

다만 일찍 입장하더라도 원하는 핸드백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제품이 없으면 다른 날을 기약해야 한다. 특히 최고 인기 모델인 '클래식백'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1000만원을 육박하는 가격에도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 오히려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핸드백 구매가 어려워지자 '꼼수'를 쓰는 고객들도 등장하고 있다. 박씨는 "한 매장에서 아침에 일찍 대기표를 받고 가까운 다른 매장으로가 넘어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며 "일부는 대리 구매를 해줄 업자를 고용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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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샤넬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의 모습.© 뉴스1 배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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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샤넬 매장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오프런 전쟁'이 펼쳐진다. 평일에는 한산할 것이란 생각은 큰 착각이다. 평일이라도 오후 시간을 넘기면 백화점 폐점 시간까지 대기자마저 마감되는 경우도 적잖다.

특히 다음달 1일 샤넬의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달 말 들어 더 많은 인원이 오픈런에 목을 매는 모습이다. 유명 명품 커뮤니티와 명품 브랜드 셀러 등을 통해 샤넬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업계 안팎에서는 샤넬이 다음달 샤넬 클래식백·보이백 등 인기 핸드백의 가격을 12% 가량 올릴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그간 5% 안팎의 가격 인상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역대급 가격 인상인 셈이다.

샤넬 측은 "가격인상 여부는 밝힐 수 없는 부분"이라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가격 인상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인 만큼 업계에서도 가격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스테디셀러 핸드백인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은 6800달러에서 7650달러로, 보이백 미디움은 5300달러에서 5963달러로 인상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보복 소비와 '플렉스 문화'로 명품 수요가 늘어난 데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면세점이나 해외 구매 고객까지 국내로 유입되면서 명품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며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다 보니 아침마다 핸드백을 구매하기 위한 오픈런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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