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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무너진 ‘플로리다 아파트’ 한때 ‘명품’…최근도 수십억대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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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2층 아파트인 챔플린 타워 사우스 콘도 한쪽 벽면이 무너져 내린 모습이 처참하다. 마이애미데이드 소방서 제공. 마이애미/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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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새벽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린 미국 플로리다의 12층짜리 챔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콘도(아파트)는 40년 전 건설 당시 ‘명품 고급 아파트’으로 홍보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건설사는 <마이애미 헤럴드>에 광고를 내어 챔플레인 타워스가 “우아한 콘도미니엄 아파트”라며 “사우나와 온수 풀장, 텔레비전 보안 시스템, 발레 파킹 등에 긍극적인 만족을 느낄 것”이라고 광고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마이애미의 건축물 보존 운동단체의 대니얼 시랄도는 “챔플레인 타워스 프로젝트가 1970년대 말 제안될 때 많은 이들이 사우스 플로리다로 몰려들었고, 개발업자들은 수요을 충족하기 위해 더 큰 시설을 지으려 했다”고 말했다.

챔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콘도는 최근에도 최소 몇억에서 많게는 몇십 억까지 거래됐다고 한다. <마이애미 헤럴드>의 보도를 보면, 이 아파트는 침실 1개~3개까지 다양한 규모로 모두 136호로 구성돼 있다. 침실 3개, 화장실 2개인 9층 집은 지난 17일 71만달러(약 8억원)에 거래됐으며, 침실 4개 화장실 4개인 펜트하우스 스위트는 지난 5월11일 288만달러(약 32억5천만원)에 팔렸다.

1981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40년 이상 되면 재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법 규정에 따라 재승인 절차를 밟고 있었다. 이 아파트를 운영하는 입주자 연합회를 대변하는 케네스 디렉터 변호사는 “엔지니어들과 함께 건물의 재승인을 위해 녹슨 철근과 손상된 콘크리트를 교체하는 대규모 건물 보강공사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정도 오래된 건물은 바다 바람의 짠 소금기가 구조물을 파고들어가 철근 콘크리트를 부식시켰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붕괴를 예상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부실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엔 한 입주민이 아파트 운영 연합회를 상대로 관리소홀로 외벽의 틈(크랙)으로 물이 들어와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또 일부 입주민들은 근처에서 다른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공사를 할 때 흔들림을 느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입주민 애드리애나 곤살레스 치는 “동생에게 ‘이 아파트가 누수 분쟁도 많고 곰팡이도 많은 것을 보면 안전하지 않다. 흔들리는 게 느껴지면 빨리 뛰어 피신하라’고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20여년 전 이 아파트가 지반 침하를 겪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플로리다 국제대의 누리집을 보면, 이 대학의 시먼 위도윈스키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위성 레이더를 통해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콘도가 있는 지역이 1993년~1999년 사이에 연간 1~3㎜씩 내려앉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 누리집에서 이런 지반침하 만으로 이번 아파트 붕괴가 일어났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이애미 해안이 1990년대 겪은 연간 1~3㎜의 지반침하는 다른 곳과 비교하면 그리 큰 것이 아니다”며 “예컨대 멕시코 시티는 연간 15인치(38.1㎝)씩 가라앉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무너진 챔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콘도는 1981년 챔플레인 타워스 노스 콘도와 함께 지어졌고, 10년 뒤인 1991년 챔플레인 타워스 이스트 콘도가 추가로 건설됐다.

아파트가 위치한 서프사이드 지역은 인구 5600명의 휴양 도시로, 해변을 따라 포시즌 등 고급 호텔과 아파트 건물 등이 줄지어 늘어선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와 사위 쿠슈너 부부가 임대한 아파트도 붕괴한 아파트의 인근에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챔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콘도에는 다양한 주민이 살고 있었다. 케네스 디렉터 변호사는 “일반 직장인, 아이들과 함께 사는 가족, 은퇴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며 “특정한 인종이나 특정한 종교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지역에는 유대인 커뮤니티가 있고,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파라과이 등 남미 출신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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