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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르포]쿠팡 화재 분진으로 덮인 농작물·주택가…집안 공기도 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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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덕평면 행정복지센터에 '주민피해지원센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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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잿더미로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유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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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뉴스1) 유재규 기자,최대호 기자 = "이(여기) 봐, 밭이며 집이며 죄다 잿더미들이야. 나뿐만이 아니다. 이거 어떻게 할 거냐고."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이 엿새 만에 모두 이뤄진 22일 화재발생지 일대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다.

경기 이천시 덕평면 덕평1리에 거주하는 A씨(65)가 소유한 대파밭은 최근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잿더미가 날아와 피해를 입은 곳 중 한 곳이다.

A씨의 밭과 쿠팡 덕평물류센터 간의 직선거리는 불과 300m.

화재 때 타면서 날아든 잿더미 때문에 화재발생 이후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눈에 보이는 잿더미는 인근 공터에 버리느라 애를 먹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농작물 피해는 물론, 집까지 홀라당 타버릴까 걱정에 그날(17일) 밤은 잠도 못잤다"며 "무슨 대책을 마련해 주든가 해야 하지, 더 큰 피해가 있었으면 어쩔 뻔했냐"며 어조를 높였다.

또다른 지역주민인 B씨는 "(우리집)지붕에 올라가서 잿더미를 봐라"며 취재진을 이끌고 자택으로 들어섰다.

B씨는 취재진이 오기 전부터 옥상에 가득했던 잿더미들을 지금까지 치워내고 있었다. 물받이도 잿더미들로 가득하다며 혀를 찼다.

B씨는 "비가 온다는 말에 이틀 전부터 잿더미 치우는 일로 바쁘다"며 "여기 길거리는 사람들이 밟아 덕지덕지 시커멓게 붙은 잿더미 자국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잿더미도 문제고 매연연기가 집에서 빠져나가지 않아 집안 자체 공기가 매우 탁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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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잿더미로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유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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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2㎞ 떨어진 덕평2리 주민들도 피해를 본 건 마찬가지였다.

덕평2리 마을회관에 있던 주민 C씨는 "화재 다음날 보니 거리며, 마을회관 앞마당이며 날아든 잿더미들로 산더미였다"며 "농작물에 받아둔 물은 인근 보(洑)에서 공급된 것인데 만약 오염이 됐으면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천의 민물고기 떼죽음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여기 하천에 물고기떼들이 엄청나게 죽어있던 것을 봤고 전날(21일) 쿠팡 관계자인지, 시 공무원들인지 와가지고 싹다 거둬 들이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 근처에 3~4년 전에 지어진 폐수처리장이 있어도 물고기들은 하천에 잘만 살았다. 근데 이같은 떼죽음은 이번 화재분진 때문 아니겠냐"며 "지금은 다 치워져 없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허연 배를 까고 뒤집힌 물고기들이 떼로 보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거리 곳곳에는 '재난 수습한다던 쿠팡, 피해주민은 모르쇠' '피해보상 촉구한다' 등의 현수막도 곳곳에 보였다.

이같은 지역주민들의 피해를 접수하고자 쿠팡 측은 이날부터 이천시 마장면 행정복지센터 2층에 재산이나 건강상에 피해입은 지역주민들을 위해 '주민피해지원센터'를 개설, 운영 중이다.

시민 D씨는 5㎞ 떨어진 주거지에서 마장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면서 "일단 신고를 접수해 피해보상이든, 뭐든 받을 것 아니냐"며 "밭에 심어둔 고추 사이로 잿더미가 가득했다. 나이 90을 바라보는 노인네가 이 무슨 생고생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다른 시민 E씨도 "보니까 언론에서도 말이 많던데 안전상 관리를 소홀했으면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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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 덕평면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주민피해지원센터'에 시민들이 피해신고를 하고 있다.© 뉴스1 유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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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피해지원센터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 없었다.

쿠팡 측은 대면신고뿐만 아니라 전용 신고전화를 개통, 이날부터 주민 신고를 받고 있다.

접수된 피해사례에 대해서는 신속한 심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이번 화재로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덕평물류센터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 가운데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주민피해지원센터로 피해내용을 신고하면 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Δ농가 피해(농작물 등) Δ의료비 Δ분진에 따른 비닐하우스나 차량 등 자산 훼손 등에 대해 보상을 실시할 예정이다.

쿠팡 관계자는 "예기치 않은 화재로 인해 불편을 겪으신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신속히 덜어드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이날 오후 4시12분시 쿠팡물류센터 화재를 완전히 진화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오전 5시36분 최초 신고접수 후 약 132시간 만이다.

이 불로 연면적으로 축구장 15개 넓이와 맞먹는 지하2층, 지상 4층 규모 건물은 전소했다. 내부 1600여만개의 택배물품도 탔다.

불은 복층구조의 지하2층 선반위 콘센트에서 최초 신고 20여분쯤 전 전기적인 요인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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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지 닷새째인 2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연이은 진화작업 끝에 19일 낮 12시25분 초진에 성공, 대응1단계로 하향했고 이어 20일 오후 3시56분 발령됐던 대응단계를 모두 해제했다. 2021.6.2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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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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