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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얼굴 없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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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학술기획과 만주·야생의 진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얼굴 없는 인간 =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벌어진 일을 인문학적으로 고찰하며 쓴 글을 모았다.

'살해는 가능하되 희생물로 바칠 수는 없는 생명'을 뜻하는 '호모 사케르'라는 개념을 만든 저자는 인류가 코로나19의 공격으로 인해 두 차례 세계대전 중에도 경험하지 않은 자유의 제한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탈리아 정부의 방역 조치를 "광란적이고 비합리적이고 근거가 미약하다"고 혹평하면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염병이 '자유의 제한'과 '안전에 대한 욕구'를 유사한 개념으로 혼동하게 했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신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은 채 이단자를 불태운 중세 신학자와 바이러스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인간 삶의 행태를 결정하는 현대 과학자가 비슷한 존재라고 비판한다.

저자가 우려하는 상황은 책 제목처럼 '얼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는 "얼굴은 가장 인간적이고 개방성이 있는 장소"라면서 "지금의 비정치적 시대는 진짜 얼굴을 보고 싶어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다"고 한탄한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모든 존재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면 모든 접촉은 폐지되고, 타인과의 경험과 자기 자신을 느끼는 즉각적 경험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효형출판. 200쪽. 1만5천 원.

연합뉴스

▲ 제국의 학술기획과 만주 = 오병수 엮음.

역사적으로 한국·중국·일본·러시아 민족주의 세력이 교차하고 갈등을 겪은 공간인 만주를 국내외 연구자들이 분석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2017년부터 진행한 '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 역사학' 연구의 첫 번째 단행본이다.

만주에 얽힌 근대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 일제강점기 제국대학의 동양과 만주 연구 방법, 일제강점기 한인의 만주 체험과 기억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1930년대 조선 대중잡지에 표출된 만주 이미지를 분석한 이병인 한국교원대 교수는 "한국 대중은 만주국의 선전 논리를 바탕으로 만주와 간도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인식했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허구이고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여전했음을 쉽게 체감했다"고 주장한다.

오병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만주는 단순한 역사 공간이면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공간"이라며 국내에서 만주 관련 연구가 여전히 미진하다고 지적한다.

동북아역사재단. 276쪽. 1만8천 원.

연합뉴스

▲ 야생의 진리 = 박동환 지음.

동서양 주류 철학의 패권적 관점을 부정해 온 박동환 연세대 명예교수 철학 선집 중 여섯 번째 책. 부제는 '불타는 자아의 경계 위에 살다'.

한국이라는 주변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존재의 보편적 실상을 포착하려 한 저자의 사상은 'x의 존재론'으로 요약된다. 그는 무한한 절대적 타자 X에 대해 개별자 x가 관계 맺는 방식을 '기억'과 '상상'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이번 책에서는 인간 중심의 도시적 사고를 벗어나는 야생의 진리, 박제화한 인간 시간대를 해방하는 야생의 시간대, 언어화된 철학을 넘어서는 시각화된 철학의 회복 등을 주장한다.

저자는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정면으로 마주한 적이 없다고 고백한 뒤 "나에게 철학이란 어린 시절로부터 통과해 온 시대 또는 시간대를 압축한 '체험 기록'"이라고 말한다.

사월의책. 336쪽. 2만 원.

연합뉴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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