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머니 웨이브: '수출강국'을 넘어 '투자강국'으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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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 부족에 강한 트라우마가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탓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외환보유액이 100배가 넘게 불어났는데도 한국은행이 여전히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유동성에 치중해 외화자산을 운용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상품수지(무역수지) 뿐 아니라 이자·배당 등 소득수지가 함께 경상수지 흑자를 떠받치는 구조를 만들려면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인 외환보유고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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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4500억달러 중 고수익 목적 투자는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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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431억달러(약 500조원)로, 1년 사이 343억달러(8.4%) 늘었다. 올들어 5월 말 기준으로는 4565억달러로 불어났다.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12월의 외환보유액 39억달러와 비교하면 100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4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4523억달러는 △중국 3조1982억달러 △일본 1조3785억 달러 △스위스 1조704억달러 △러시아 5905억달러 △인도 5880억달러 △대만 5411억달러 △홍콩 4906억달러에 이어 전 세계 8위 수준이다.
그럼 이 외환보유고는 어떻게 운용되고 있을까. 한은은 외환보유고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화자산을 운용목적에 따라 '현금성자산'과 '투자자산'으로 구분하고, 이 가운데 투자자산을 '직접투자자산'과 '위탁자산'으로 나눠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른바 '높은 수익률'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위탁자산이다. 한은은 "위탁자산은 외부 전문성 활용, 투자방식의 다변화 등을 통한 수익성 제고를 위해 국내외 자산운용사와 한국투자공사(KIC) 등에 위탁해 운용 중"이라며 "투자대상에는 채권, 주식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현금성자산은 외화자금의 빈번한 유출입, 일시적인 수요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단기 국채, 예치금 등 단기금융상품으로 운용한다. 직접투자자산은 유동성 확보와 안정적 수익 확보를 목적으로 하며 정부채·정부기관채·회사채 등 주요 국제통화로 발행된 장·단기 채권으로 구성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화자산 중 현금성자산은 5.1%, 직접투자자산은 73.9%, 위탁자산은 21.0%를 차지한다. 한국의 외화자산 중 약 80%는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두고 운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외화자산을 상품별로 구분하면 정부채가 44.5%로 비중이 가장 크고 뒤이어 정부기관채 14.4%, 회사채 13.6%, 자산유동화채 11.5%, 주식 8.9%, 예치금 7.1% 순이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2021.01.06. dadazo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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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익률 9.7%, 외환보유고는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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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외화자산 구성비율은 한은이 밝힌 '외환보유액 운용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한은은 연차보고서에서 "한국의 최종적인 대외지급준비자산인 외환보유고를 안전성과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가운데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원칙 하에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고의 안정적 운용이란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지나치게 보수적인 운용에 따른 낮은 수익률이 국가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률은 2.8%로, 국민연금의 지난해 수익률 9.7%에 견줄 때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외화가 해외로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외환보유고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외환보유고는 보유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외환보유액의 적정 규모와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갈지 한은이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도 이런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동성에 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양석준 한은 외자운용원장은 "외환보유고를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의 취지를 이해하고 있고, 큰 틀에서 우리 역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국부펀드와는 성격이 다르다. 외환보유고의 운용 주체로서 안전성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며 "안전성과 유동성을 최우선으로 삼으면서 이 범위 내에서 수익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한국은행 본부. 2020.12.1/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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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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