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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코로나 속 난민] ③ "팬데믹 시대 난민 혐오 확산…정확한 정보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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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주년 맞은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누군가는 한국에 온 수많은 난민 탓에 막대한 정착 비용이 투입됐다고 하고, 이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고도 주장합니다. 심지어 범죄에 연루된 난민이 많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기도 하고요."

2019년 7월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로 부임한 제임스 린치(58) 대표는 취임 기간의 절반 이상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보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그가 가장 우려스럽게 바라봤던 현상은 바로 난민을 둘러싼 그릇된 정보의 확산이었다.

린치 대표는 20일 난민의 날을 맞아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코로나19 사태로 난민과 관련한 오해와 편견 등이 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대표가 20일 난민의 날을 일주일여 앞둔 11일 서울 중구에 있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제공]


유엔난민기구에서 30년 넘게 일하면서 태국, 케냐, 라이베리아 등 10곳이 넘는 국가를 누빈 그에게도 한국은 특별한 나라였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자 잇달아 국경을 봉쇄하던 세계적인 흐름과는 달리, 한국은 난민에게 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 어느 곳보다 난민에 긍정적인 시선을 갖춘 국가가 바로 한국"이라며 "동시에 (인터넷상에서) 난민으로 인한 피해를 과장한 가짜 정보와 가짜 뉴스가 유통되며 혐오가 확대 재생산되는 모습은 안타까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는 혐오보다는 긍정적인 인식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는 증거가 더 많다"고 이내 부연했다.

유엔난민기구가 지난해 말 국내 성인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33%가 난민 수용에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제주 예멘 사태가 발생한 2018년에 비해 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반대 비율(56%→53%)은 3%포인트 감소했다.

그는 "비대면 시대에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 전달"이라며 "한국에 정착한 난민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면 막연한 공포감도 해소되리라 본다"고 밝혔다.

사망 인구보다 출생 인구가 적어 인구가 감소하는 '데드크로스' 현상에 따른 일손 부족 문제에도 4천 명에 달하는 난민 인정자가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는 "6·25 전쟁 등을 겪었던 한국인은 난민이나 실향민이 된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할 것"이라며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도움의 손길도 내밀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기업이나 정부의 지원보다도 개개인의 기부가 훨씬 많다는 점은 한국만의 특별함"이라고 강조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이 낸 난민 후원금은 540억여 원으로, 같은 해 정부 후원금인 323억여 원보다도 200억 원 이상 많다.

다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감한 국내 난민 인정률에는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난민 인정률은 2018년 3.6%에서 지난해 1.1%로 감소했다. 올해 1∼4월은 0.3%에 그쳤다.

그는 "단순히 낮은 수치가 문제라고 말하는 게 아니며, 난민 신청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 억울한 이를 만들지 말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정부가 올 초 발표한 난민법 개정안대로 심사의 신속성이 강화된다면 보호받지 못한 이들이 생길 수 있다"며 "통역원과 전문 심사관 등을 충원해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대표가 20일 난민의 날을 일주일여 앞둔 11일 서울 중구에 있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제공]


'가짜 난민'이라는 단어를 두고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난민 심사 특성상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개인 면담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야 하므로 섣불리 '가짜'라는 정의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와 태국에서 근무할 때 로힝야 난민을 심사할 일이 있었어요. 처음 밝힌 망명 이유는 구직이었지만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 내전 탓에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던 사연을 알게 됐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투자한 덕에 난민 인정 근거를 찾아낸 셈이죠."

1년여의 임기를 남긴 그는 "지금껏 거쳐 간 그 어떤 곳보다 따뜻함을 가진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며 "남은 시간 동안 난민 인식이 조금이나마 개선되도록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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