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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美연준 2023년 금리 올릴듯…1년 앞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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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기 시작한 美 긴축시계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3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 연준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펼쳤던 제로금리 정책을 끝낼 준비를 하는 것으로 글로벌 경기 흐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연준이 16일(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 직후 내놓은 점도표(위원별 금리 전망표)를 보면 팬데믹 이후 유지해온 제로금리 정책은 이르면 2022년 말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FOMC 위원 18명 중 13명은 금리 인상 시점으로 2023년을 꼽았다. 지난 3월 전망 때는 7명에 그쳤는데 6명이 늘어났다. 13명 중 11명은 2023년까지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에 대한 직접 논의는 없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테이퍼링 문제를 논의할지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You can think of this meeting that we had as the 'talking about talking about' meeting)"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연준이 경기를 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연준은 3월 6.5%로 제시했던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7.0%로 올렸다.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PCE)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3월 2.4%에서 3.4%로 1.0%포인트 끌어올렸다.

이같이 물가 전망을 대폭 수정한 것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나 식품가격을 제외한 근원PCE 전망치는 3월 2.2%에서 3.0%로 대폭 높였다. 이번 FOMC 성명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은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엄청난 인적·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는 기존 표현이 사라졌다. 백신 보급이 활발해지며 경제활동이 재개된 점을 반영한 것이다.

매파로 돌변한 파월…연준위원 7명은 "이르면 내년 금리인상"


美연준 FOMC 정례회의

파월 "인플레 예상보다 크면
인상조건 빨리 이뤄질 수도"

연준위원 18명 가운데 11명
2023년까지 두차례 인상 전망

연준, 은행간 금리 올리며
유동성 흡수 '몸풀기' 나서

신규 실업수당 41만건 청구
전망치보다 5만2천건 상회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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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우리가 예상하던 것보다 좀 더 높고 지속될 수 있다. 금리 인상을 위한 조건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가정을 하긴 했지만 평소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파월 의장의 발언치고는 매우 직설적인 표현이다. 특히 이날 인플레이션에 대한 파월 의장의 평가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비둘기 중에 비둘기(금리 인상 반대 성향)라는 평가를 받았던 연준이 이제는 빠른 속도로 매파적(금리 인상 선호 성향)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JP모건은 "연준 위원들 가운데 2023년 중 금리 인상뿐 아니라 2022년 중에도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 사람이 늘어났다"며 "FOMC 결과 자체도 매우 매파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이날 FOMC 결과 성명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FOMC는 '코로나19 팬데믹은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엄청난 인적·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는 기존 표현을 삭제했다.그 대신 '백신 보급 진전으로 미국의 코로나19 사태 확산이 감소했다'는 표현이 새로 등장했다. 미묘한 변화지만 이는 연준이 유동성 공급 축소(테이퍼링)를 거쳐 금리 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이날 3개월 만에 업데이트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에서 2023년을 금리 인상 시기로 보는 견해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빠르게 변해가는 연준 인식을 고려하면 실제 인상은 2022년 말에 이뤄질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의 시간표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씨티은행은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수요 급등으로 인한 높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인식한다고 말한 것은 중요한 변화"라며 "2022년 12월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연준은 팬데믹 이후에 매월 1200억달러 규모로 진행 중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시장 우려와 충격이 클 수 있는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 축소는 시간을 두고 추진하겠다고 일단 선을 그은 것이다. 파월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 문제를 논의할지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단거리 경주에 나서기 앞서 몸을 푸는 듯한 상황이다. 넓은 의미의 테이퍼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연준과 은행 간 금리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연준은 이날 초과지급준비금리(IOER)와 역환매조건부채권(역 RP) 금리를 인상했다. 은행들이 연준에 돈을 더 예치하도록 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겠다고 시장에 신호를 준 것이다.

IOER는 0.1%, 역 RP 금리는 0%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는데 이를 각각 0.15%, 0.05%로 인상했다. 씨티은행은 "연방기금 실효금리가 6bp(0.06%포인트) 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IOER 및 역 RP 금리 인상이 예상됐으나 이번 회의에서 결정된 것은 놀랍다"고 평가했다. IOER는 은행이 연준에 돈을 맡길 때 주는 금리다. 이를 인상하면 단기 금리 인상을 유도해 시중에 풀린 돈을 줄이게 된다. 역 RP는 연준이 은행에 국채를 주고 받아 온 자금이다. 역 RP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IOER 인상과 마찬가지로 돈을 회수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파월 의장은 갑작스러운 테이퍼링은 없을 것이라며 시장을 여러 차례 안심시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가 "(테이퍼링에 들어가기 전) 질서 있고, 체계적으로, 투명하게 시장에 알려나가겠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발언 자체가 뒤집어보면 테이퍼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UBS증권은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 관련 논의를 시작하고 있음을 시사했다며 테이퍼링은 올 12월 발표를 거쳐 내년 1월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UBS증권은 "8월 잭슨홀 회의 또는 9월 FOMC 회의에서 보다 강력한 시그널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노동부는 전주(6월 6~1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41만2000건을 기록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망치(36만건)보다 5만2000건 많았다. 직전주(37만5000건)에 비해 오히려 늘어났다. 고용시장이 계속 개선되어 왔지만 미국 경제 회복의 길이 고르지 않음이 확인된 셈이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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