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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이더리움→카르다노…코인의 진화 아시나요 [코린이를 위한 암호화폐 설명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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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최초의 암호화폐(코인) 비트코인이 탄생한 지도 벌써 12년이 지났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은 꾸준히 진화해왔다. 기술 진화 단계에 따라 코인을 1세대·2세대·3세대 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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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코인 비트코인

▶은행·정부 통제를 벗어난 화폐

1세대 코인은 당연히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는 화폐’를 목표로 탄생한 코인이다.

은행이나 정부 같은 중앙기관 없이도 화폐 거래가 가능한 것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화폐 거래 장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받은 사람, 주고받은 돈의 액수 등 거래 내역이 블록마다 기록된다. 핵심은 이 거래 장부를 위조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이다. 블록 생성에 참여한 모든 참여자가 거래 장부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탈중앙화된 화폐’라는 전에 없던 개념이 등장하면서 코인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2세대 코인 이더리움

▶화폐 넘어 모든 거래를 기록한다면

2세대 코인은 ‘이더리움’이다. 1세대 비트코인(2009년)과 2세대 이더리움(2015년) 사이에도 수많은 코인이 탄생했다. 2013년 4월에는 라이트코인, 8월에는 리플이 발행됐다. 심지어 요즘 핫한 도지코인 역시 2013년 말에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2세대 코인이라고 불리지 않는다. 비트코인이 지니고 있는 ‘화폐 거래 장부’, 그 이상의 본질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2세대 코인’이라는 타이틀을 따낼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스마트 콘트랙트’ 기능에 있다. 개발자가 원하는 대로 코인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된 것이 핵심이다.

앞서 말했듯 비트코인은 은행 역할을 대신하는 ‘거래 장부’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에 ‘거래장 노트’를 검색해보면 이해가 쉽다. 노트에는 일정한 형식이 존재한다. 칸이 나뉘어 있고 여기에 수량, 단가, 금액, 수령인 등의 내용을 적어 넣을 수 있다. 적을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에도 마찬가지로 화폐 거래 정보만 담긴다.

비트코인을 거래장 노트라고 하면 이더리움은 아무 칸도 그려져 있지 않은 백지 상태, 즉 ‘무지 노트’라고 볼 수 있다. 돈뿐 아니라 어떤 형태의 거래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 비트코인과의 차이다. 자동차도, 부동산도, 콘텐츠도, 게임 아이템 거래 내역도 기록할 수 있다. 신원을 증명하거나, 의료 데이터를 적어 넣는 등 모든 형태의 기록이 가능하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프로그래밍’이다. 다시 노트 얘기로 돌아가보자. 백지 노트는 아무것이나 적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대신 무언가를 기록하고 관리하기에는 불편한 감이 없잖다. 거래장 노트처럼 ‘서식’이 있어야 아무래도 기록이 수월하다. 서식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펜과 자를 들고 원하는 서식을 무지 노트에 그리면 된다. 펜을 쥔 사람이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무지 노트는 가계부가 될 수도 주식 장부가 될 수도 있다.

이 과정이 바로 ‘프로그래밍’이다. 개발자는 코딩으로 이더리움에 계약 조건이나 내용을 입력할 수 있다. 이렇게 프로그래밍을 거친 이더리움이 ‘디앱(dApp)’이 된다. 디앱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말한다. 이더리움이 iOS나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OS)라면 디앱은 카카오톡, 쿠팡,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 앱이다. 개발자가 어떻게 프로그래밍하냐에 따라 똑같은 이더리움을 갖고도 수천, 수만 가지 디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 콘트랙트는 ① 입금 계약 체결 ② 조건 충족 ③ 이행(송금 완료)의 구조를 갖는다. 흔히 ‘자판기’에 비유되기도 한다. ① 일단 돈을 넣고 ② 원하는 음료를 고르면 ③ 상품이 나온다는 점에서다. 핵심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콜라를 먹고 싶어서 자판기에 1000원을 넣었다고 해보자. 그런데 알고 보니 콜라 가격이 1500원이다.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콜라는 나오지 않는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니 계약은 체결되지 않고 자판기는 1000원을 다시 내뱉는다. 우리는 물건을 아직 받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자판기에 1000원을 선입금한다. ‘자판기가 내 1000원을 꿀꺽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안 한다. ‘자판기와의 계약’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콘트랙트의 힘도 바로 이런 신뢰에서 나온다.

어떤 물품을 진열하느냐에 따라 자판기는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음료 자판기가 될 수도, 스낵 자판기가 될 수도 있다. 이더리움은 자판기 기계 그 자체, 프로그래밍을 거친 디앱은 음료 자판기라고 보면 된다.

3세대 코인 카르다노, 폴카닷 등

▶속도 등 2세대 이더리움의 한계 보완

하지만 이더리움도 완벽한 코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더리움의 첫 번째 문제는 너무 느린 처리 속도다. 현재 이더리움은 1초에 약 30개 정도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쓰는 서비스와 비교하면 이더리움 처리 속도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알 수 있다. 글로벌 신용카드인 ‘비자카드’는 1초에 약 2000건 거래가 가능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서비스는 1초에 수십만 건 요청을 처리할 수 있다. 현재 이더리움 처리 속도로는 웬만한 애플리케이션 하나 돌리기도 버겁다는 얘기다.

두 번째 문제, 비싼 수수료다. 최근 이더리움 수요가 늘어나고 네트워크가 과부화되다 보니 이더리움 거래 시 지불하는 수수료, 즉 ‘이더리움 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이더리움 가스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 이더리움이 처리할 수 있는 거래는 1초당 30여개로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마치 점심시간 맛집처럼, 당장 처리를 원하는 거래가 줄을 길게 선다. 맛집이 고객을 받는 기준은 ‘선착순’이다.

하지만 이더리움의 세계는 다르다. 돈을 많이 내면 ‘합법적인 새치기’가 가능하다. 빨리 밥을 먹기 위한 뇌물이 바로 이더리움 가스다. 빠른 입장을 원하는 고객이 계속 뇌물 가격을 올리다 보니 이더리움 가스 비용이 상승하는 것이다. 올해 이더리움 가스 평균 가격은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올랐다.

세 번째 문제, 블록체인 간 상호 연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전 세계 코인의 개수는 약 1만개. 여기 활용되는 블록체인도 수백 개에 달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코인 하나가 코인 전체 생태계를 독식할 가능성은 낮다. 예를 들어 카카오가 앞으로 아무리 뛰어난 서비스를 개발한다 해도 카카오톡 빼고 다른 앱이 전멸할 가능성이 낮은 것과 비슷하다.

이더리움이 직면한 문제는 다른 코인과 연동이 안 된다는 점이다. 다시 카카오톡 예를 들어보자. 카카오톡에서는 외부 링크를 통해 유튜브 동영상도 열어볼 수 있고 페이스북 페이지도 들어가볼 수 있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아니다. 지금 이더리움은 비유하면 ‘다른 앱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카카오톡’이라고 보면 된다.

3세대 코인은 이더리움이 지닌 여러 문제점을 극복한, 또는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플랫폼 코인’을 일컫는다. 처리 속도, 보안성, 탈중앙화 등 여러 측면에서 이더리움보다 우월한 모습을 보인다.

이더리움 공동 개발자 찰스 호스킨슨이 개발한 ‘카르다노(ADA)’는 1초당 거래 처리량을 200건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작업증명 방식을 개선한 덕분인데, 처리 속도만 빨라진 것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도 좋아 ‘친환경 코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초당 처리량 5만건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인 ‘솔라나(SOL)’, 거래 수수료를 0원으로 낮춘 ‘이오스(EOS)’,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호환하는 ‘폴카닷(DOT)’ 등이 3세대 코인의 대표 주자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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