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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40~60대 아스트라 백신 맞은 게 무슨죄? 접종 혜택, 어느 세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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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혈전 발생 논란으로 한동안 접종이 보류, 연기됐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다시 시작한 1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보건소에서 한 간호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고 있다. 2021.4.12 [한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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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가 1200만명을 웃도는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자에 대한 '자가격리'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백신 접종 완료자는 이르면 7월부터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고, 5월 5일부터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도 자가격리 면제가 시행되면서 1·2차 접종 간격이 약 3개월에 달하는 AZ백신 접종자들 불만이 높다.

주로 AZ백신을 접종받는 40~60대는 경제 활동이 왕성하고 해외 출장 욕구도 높아 1차 접종 후 항체 보유가 확인되면 '확진자와의 밀접 접촉' 또는 '해외 출장 귀국'은 14일간 자가격리를 단축하거나 면제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AZ백신은 1차 접종 후 항체가 형성돼 있어도 2차 접종 뒤 2주가 경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다면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현행 방역지침은 백신 접종 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아줄 항체 형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백신 접종 횟수가 훨씬 중요하다는 얘기다. 방역 당국은 항체 보유가 바이러스 감염 예방 및 전파 차단을 100% 신뢰할 수 없다고 하지만, 항체검사 없는 백신 접종 완료 또한 감염 예방·전파 차단을 100% 신뢰할 수 없다. 그러나 항체 형성 확인이 백신을 두 번 맞는 것보다 훨씬 과학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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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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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백신은 1~2차 접종 권고 간격이 11~12주에 달한다. AZ백신은 1차 접종 후 12주가 지난 뒤 2차 접종을 해야 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접종 권고 간격을 8주에서 10주로 늘린 데 이어 12주로 한 차례 더 늘렸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최근 의학학술지 랜싯에 "6주 미만 간격을 두고 AZ 백신 1·2차 접종을 한 사람들 예방 효과는 55.1%였지만 12주 이상 간격을 뒀을 때는 81.3%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은 변이 바이러스로 확진자가 늘자 AZ 접종 간격을 8주로 줄였다. 화이자는 1차 접종 후 3주 간격을 두고 2차 접종이 가능하다. 화이자와 제조 방법이 같은 모더나는 접종 간격이 4주로 비슷하다. 얀센은 한 번만 접종하면 된다.

정부는 "휴가 등 개인적 사유로 AZ 백신 2차 접종을 원하면 8주 만에 할 수 있고, 공무나 중요 경제 활동으로 3개월 이내에 단기 해외 방문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접종 기관과 협의해 AZ 접종 간격을 4~7주 앞당길 수 있다"면서 "2차 접종 일자 등을 변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가동한다"고 밝혔지만 혜택이 제한적이다.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주는 혜택이 '선택권' 없는 백신 종류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셈이다. AZ 백신 접종자는 30~74세로, 5월 27일 1차 접종을 했어도 2차 접종은 주로 8월 중순에나 이뤄져 9월 초나 돼야 백신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6월 중순에 1차 접종을 받아도 7월 말이면 웬만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8월에 AZ 백신 1차 접종을 하면 사실상 올해 안에 자가격리 면제나 해외 여행 혜택을 받기 힘들다. 그동안 다른 백신에 비해 불신이 높았던 AZ 백신이 접종자 혜택에서 또다시 '지각생'이 돼 '애꿎은 백신'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Z 백신도 1차 접종만으로 86% 예방 효과가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온 상태다.

격리 면제 조처는 백신 종류에 따라 필요한 접종 횟수를 모두 맞은 뒤 2주가 지난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예방접종증명서'를 소지하고 있거나 관련 시스템을 통해 접종이 완료됐다는 점을 확인하면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거나 해외여행 후 귀국 때 자가 격리를 하지 않는다. 방역 당국은 그동안 확진자가 발생하면 접촉 범위나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평가한 뒤 밀접 접촉자는 자택에서 2주간 격리 조치하고, 그 밖의 접촉자는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여부를 매일 확인해 보고하는 '능동감시' 형태로 관리해 왔다.

자가격리 면제는 백신 접종 완료 후 2주 뒤에 △검사 결과 음성 △무증상 △접촉한 확진자가 해외 입국 확진자 아님 △접촉한 확진자가 해외 입국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확진자 아님 △접촉한 확진자가 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변이 등에 감염된 사람이 아님(변이 확인 후 즉시 자가격리로 전환) 등 5개 조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 해당된다.

자가격리는 행동에 제약이 따르지만 그동안 불만이 공론화되지 못했다. '백신 접종'이라는 무기가 없는 상황에서 본인은 물론 가족 건강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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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백신 접종자가 국민 5명 중 1명꼴로 많아지면서 '자가격리 보완'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자가격리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날로부터 14일간 이뤄진다. 예를 들어 확진자의 증상 발현이 늦어 5일 이후 최종 확진(양성) 판정을 받으면 밀접 접촉자 역시 검사를 받고 '음성'이면 14일 중 5일을 뺀 9일 동안 자가격리를 한다.

국내 1차 백신 접종자가 2월 26일 접종이 시작된 지 105일째 되는 6월 10일 1000만명을 돌파했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현재 약 300만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AZ 백신 1차 접종 2~3주 후 본인이 원하면 항체검사→항체 보유 확인→확진자와 밀접 접촉 또는 해외 출장 입국 때 14일 자가격리 대신 능동감시자로 전환'이다. 다만 AZ 백신 1차 접종자는 항체를 보유해도 '돌파감염(접종 후 감염)'을 예방하고 백신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2차 접종을 꼭 받아야 한다.

백신 접종은 결국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형성이 목표다. 어떻게 보면 백신 접종보다 중요한 게 바로 항체 형성이다. 최근 백신 접종 완료자가 늘고 면역 여권 발급, 해외 여행 얘기가 나오면서 '항체 보유'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보다 백신 접종률이 훨씬 높은 미국은 항체 보유가 출입 확인증으로 여겨지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약 40달러를 주면 어디에서든 항체검사를 손쉽게 할 수 있다. 이 검사는 간단한 채혈(採血)로 10분 만에 항체 보유 유무를 알 수 있는 신속 검사로, 정확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백신 접종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항체검사를 면역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쓰지는 않지만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백악관 수석 의학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중화항체가 방어적 면역성의 기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 검사는 △일반 항체검사 △중화항체 검사 등 2종류가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일반 항체검사만 허가돼 있다. 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항체검사를 해주고 비용을 청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일반 항체검사는 바이러스 바인딩(binding) 검사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했을 때 바이러스와 결합해 무력화시키는 항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의 항체 성격이 정확히 규명되지 못해 중화력 여부까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진단업계는 중화항체 검사도 긴급사용 허가를 해줘야 하고 일반인이 항체검사를 희망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화항체 검사는 정확도가 높아 병원에서 연구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개당 약 1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면서 "백신 접종 후 보다 정확한 항체 검사로 불안감 해소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방역 기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방역 당국은 항체검사에 대해 미온적이다. 의학적 관점에서 항체가 있어도 재감염 우려가 있고 항체 지속 기간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상당수 백신 접종자는 1차 접종만 했어도 항체 형성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와 함께 항체검사 후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면 자가격리 단축 및 면제를 희망한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한 기업인은 "한 해 평균 3~4차례 미국을 방문해 스킨십을 다지면서 수출입에 대한 회의를 해야 하지만 귀국 후 14일 동안 자가격리가 부담스러워 출장을 못 가고 있다"며 "백신 1차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됐다면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제도적·법적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영길 다우바이오메디카 대표는 "백신 접종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중화항체를 가졌는지를 확인해야 안전하다. 백신을 맞고도 방어력이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항체역가가 기준치보다 낮은 사람은 백신을 추가로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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