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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팔만대장경, 일반인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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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19일부터 매주 주말 4회

20명 이내 인터넷 예약받아 공개

“코로나로 고통받는 국민들 위로”

조선일보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이 법보전에서 팔만대장경 경판을 설명하고 있다. 해인사는 19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2차례씩 예약을 통해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법보전을 개방한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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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10일 오후 경남 합천 해인사. 100여 스님들이 일제히 ‘석가모니불’을 외며 한 줄로 법보전에 들어섰다. 법보전은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이 모셔진 전각. 이날 스님들이 법보전을 돌며 염불을 왼 것은 다음주부터 팔만대장경을 일반에 공개하기에 앞서 법보전을 정화하는 의식이었다. 이에 앞서 부처님에게 고하는 고불식(告佛式)도 열렸다.

몽골의 침략을 신앙으로 물리치기 위해 만들어진 지 800년, 해인사로 옮겨온 지 600년만에 팔만대장경이 최초로 일반 공개된다.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는 19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오후 2시 해인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한 10~20명에게 법보전을 개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해인사 법보전은 일부 스님과 연구자 외에는 불자(佛子)들조차 좀처럼 직접 만나기 어려운 대상이었다. 대장경이 보관된 수다라장과 법보전 등 판전(板殿)의 위치도 큰 법당인 대적광전 뒤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있다시피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팔만대장경은 그 명성을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직접 본 사람도 거의 없던 ‘금단의 국보’였다. 법정 스님이 해인사에 머물던 시절 한 노보살이 팔만대장경에 대해 “아, 그 빨래판 같은 거요?”라고 말한 데 충격을 받아 한문 경전의 한글 번역을 하게 됐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조선일보

해인사 주지 현응(왼쪽) 스님이 팔만대장경 경판을 설명하고 있다. 해인사는 19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2차례씩 예약을 통해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법보전을 개방한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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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가 팔만대장경을 일반 공개하기로 한 것은 훌륭한 문화재를 국민과 함께 향유하기 위해서다. 현응 스님은 “법보전에 들어서면 고요와 침묵 속에 어떤 에너지가 느껴진다. 국난 극복을 위해 만들어진 팔만대장경을 개방해 코로나 사태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위안과 치유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해인사는 지난해 11월부터 경남 지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개방 행사를 가졌다. 현응 스님은 “학생들이 직접 팔만대장경 목판을 보고 너무도 좋아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고 일반 개방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언론에 공개된 법보전 내부는 600년 역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맑고 쾌적했다. 천장까지 목판이 켜켜이 쌓여 있지만 퀴퀴한 나무 냄새 따위는 없었다. 벌레가 없어 거미줄도 없다고 한다. 600년 동안 어떤 인공 장비도 없이 완벽한 항온항습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이 신비롭게 여겨졌다.

일반 개방은 엄격한 통제하에 이뤄질 계획이다. 절 입구 일주문부터 스님들의 안내를 받아 해인사의 역사와 구조를 배우고, 마지막에 법보전에서 15~20분간 팔만대장경을 친견하게 된다. 모든 탐방객은 소지품을 사물함에 보관하고 법보전에 입장한다. 탐방을 끝낸 후에는 대장경 복제품에 먹을 묻혀 직접 찍어볼 수도 있다.

지난주 인터넷 예약을 시작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순식간에 7월 4일분까지 예약이 끝났고,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다시피했다. 해인사 관계자는 “탐방 프로그램을 더 정비하고 철저히 준비해 곧 홈페이지 예약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인사(합천)=김한수 종교전문기자

[해인사(합천)=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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