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내 기자간담회…"장경판전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이루 말할 수 없어"
팔만대장경 첫 민간 개방에 높은 관심…사전예약 시스템 '다운'도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 기자간담회 |
(합천=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해인사는 19일부터 국보이자 세계기록·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판과 그 보고(寶庫) 장경판전을 일반에 공개한다.
고려 고종 때 대장경판이 조성된 후 770여년, 강화도에서 해인사 판전으로 옮겨져 보관을 이어온 지 62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해인사는 매주 토·일요일 하루 2차례씩 사전예약한 이들에게 탐방 기회를 제공하기로 하고, 지난 5일부터 인터넷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홈페이지 접속이 폭주하며 그만 시스템이 멈춰 섰다.
해인사가 관리와 안전상의 이유로 1회 탐방당 참여 인원을 최대 20명으로 제한한 탓이 크나 '코로나19' 사태 속에 국난극복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팔만대장경을 친견하고픈 이들이 몰린 것도 한 이유로 볼 수 있다.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은 10일 경내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팔만대장경의 일반 공개 준비상황을 설명하며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안 돼 (탐방자리가) 동이 나고, 홈페이지가 다운됐다"고 소개했다.
사찰 홈페이지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 시무룩할 만한 일인데, 이 소식을 전하는 현응스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팔만대장경을 향한 관심이 커지는 것에 무척이나 흡족한 모습이었다.
현응스님은 "판전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을 보면 고요한 침묵 속에 느껴지는 에너지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이것이 현장에 있는 문화유산의 힘인가, 알 수 없는 힘과 에너지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팔만대장경의 일반 공개를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고 한다. 해인사 대중은 대장경을 일상적으로 접하며 만나볼 수 있지만, 정작 대장경과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할 국민은 그렇지 못했다는 생각에서다.
6개월 전인 2020년 12월부터 경남지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야외학습을 겸한 장경판전 관람이 시범적으로 이뤄졌고, 그 반응은 예상을 넘어섰다.
"학생 20∼30명 정도가 교사분들과 야외학습을 겸해 해인사를 옵니다. (일주문 앞) 표지석부터 걸어오다 마지막 코스로 팔만대장경이 있는 장경판전 내부를 봐요. 대장경을 본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합니다."
관람을 마친 아이들은 대장경판과 똑같이 만들어둔 경판에 먹을 묻혀 직접 한지에 찍어보기도 하는데, 선명하게 찍힌 글자를 보며 신기해한다고 현응스님은 전했다.
해인사 현응 주지 스님 |
간담회에 앞서 취재진은 해인사 협조를 받아 장경판전 내부에 들어가 대장경판을 가까이서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대장경판의 보존 상태는 알려진 바처럼 원형 그대로였다.
주지스님에게 원형 보존의 비결을 묻자 자연 통풍과 방습, 나무와 바람, 숯의 자연스러운 조화라는 답이 돌아왔다. 장경판전에는 인위적인 전기, 빛 하나 없으나 어둠 속에 거미줄을 치는 일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1970년대 중반 박정희 정권 때 있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박 대통령 때 국가적인 해프닝이 있었어요. 여기(장경판전)는 나무(목조건물)이니 절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지하층이 있는 콘크리트 건물을 지어 경판을 옮기자는 것이었지요. 막상 옮겨놓고 공조기를 가동해보는데 안 되는 거예요. 결국 그곳으로 옮기는 일을 취소하고, 그대로 이곳에 두게 됐습니다. 그 콘크리트 건물 지금 가보면 습기가 가득합니다."
해인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올해를 기점으로 수그러들면 일반 국민이 장경판전 내부를 탐방할 기회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또 해동제일도량인 해인사를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탐방의 시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분들 (확대)하고 나면, (코로나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할 때니, 그때 즈음엔 매주 수요일 외국인 (탐방) 예약제를 하려고 해요. 함께 템플스테이도 하고, 점심도 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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