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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김학의 남은 뇌물도 대법이 깼다…“공여자 진술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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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019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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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뇌물 공여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는 만큼 다시 재판하라”고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말 성접대 동영상 의혹이 불거진 후 9년여를 끌어온 김 전 차관 재판은 다시 서울고법으로 넘어가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0일 김 전 차관의 특가법상 뇌물 혐의에 대해 “뇌물 공여자인 최모씨의 항소심 증언은 검사로부터 사전에 유도됐거나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검찰은 김 전 차관의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최씨를 1·2심 공판 전에 소환해 면담했고, 이 과정에서 최씨는 자신의 검찰 진술 조서뿐 아니라 검사에게 법정에서 증언할 사항을 물어봤다”며 “그 직후 법정에서 이뤄진 증인신문에서 최씨가 종전 진술을 번복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구체적으로 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사가 공판에서 증인 신문할 사람을 특별한 사정없이 미리 소환·면담한 후 해당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면, 검사는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암시 등으로 법정 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최씨의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전 차관은 2000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사업가 최씨로부터 법인카드·차명 휴대전화를 받아 사용하거나 명절마다 상품권을 받는 등 약 516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법은 이 가운데 4302만원 가량만 직무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사업자 최씨는 1·2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1998년 자신의 수원지검 아파트 인·허가 뇌물공여 사건과 관련해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최씨는 이에 앞선 검찰 조사에선 “김 전 차관에게 사건 처리 청탁은 안 했다”고 했지만, 1·2심 법정에선 말을 바꿔 “김 전 차관을 통해 내가 수사 대상인지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검찰 조사와 말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최씨는 “검찰 조사 당시엔 아들이 연예인(밴드그룹의 보컬 A씨)이라 피해가 갈까 봐 얘기를 안 했다가,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이 부분과 관련해 대법원은 최씨가 공판 출석 전에 검찰 측과 사전 면담을 가지면서 진술이 오염·왜곡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판 중 검사의 일방적인 증인 사전 면담 규제에 관한 기틀을 마련한 첫 판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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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총장(당시 후보자)이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와 관련한 자료를 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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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전 차관 의혹의 핵심이었던 이른바 ‘별장 성접대’ 사건에 관해선 대법원도 원심과 같이 무죄를 확정했다. “뇌물죄의 직무 관련성이나 공소시효와 관련해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 무렵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1억 3100만원 상당을 받거나, 별장·오피스텔 등지에서 ‘액수 불상’의 성접대 향응을 받고 윤씨 지인의 형사사건 관련 정보를 알려준 혐의(수뢰후 부정처사 및 제3자 뇌물공여)를 적용했다. 그러나 1·2심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파기환송과 함께 지난 2월 김 전 차관이 신청한 보석신청도 받아들였다. 지난해 10월 말 법정구속됐던 김 전 차관은 7개월여 만에 석방됐다.

지난 2012년 말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로 김 전 차관 논란은 9년여를 끌어왔다. 그러나 재판을 통해 성접대 등 핵심 혐의는 무죄 내지는 면소(공소시효 만료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이 확정됐고, 유죄로 인정됐던 부분도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증언의 신빙성이 흔들리게 됐다. 외려 2019년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과정에서 검찰 수사팀의 허위 공문서 행사와 관련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 취지가 곧바로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사의 증인에 대한 사전면담이 증인의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면 증인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며 “파기환송심에서 검사의 증명 정도에 따라 유·무죄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 수사팀 관계자 역시 “증인 사전면담은 검찰사무규칙 189조에 근거한 적법한 조치로, 해당 증인에 대한 회유나 협박은 전혀 없었다”며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정·정유진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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