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로드리고 데뷔앨범 전곡 '핫100'
전 남친 향한 분노 담은 ‘굿 포 유’ 등 인기
“Z세대 하이틴 드라마 보는 것처럼 열광
록 등 다양한 음악적 시도도 눈에 띄어”
지난달 21일 데뷔앨범 ‘사워’를 발매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로드리고. [사진 유니버설뮤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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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신인’. 요즘 팝 시장을 휩쓸고 있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로드리고(18)를 일컫는 수식어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는 2주 연속 방탄소년단(BTS)의 ‘버터’에게 내줬지만, 지난달 21일 같은 날 발매한 데뷔 앨범 ‘사워(SOUR)’ 수록곡 11곡이 모두 30위권에 진입하는 등 줄세우기에 성공했다. 신인 가수의 데뷔 앨범에서 2위 ‘굿 포 유(good 4 u)’, 3위 ‘데자뷔(dejavu)’, 9위 ‘트레이터(traitor)’ 등 3곡이 동시에 10위권 내에 진입한 것은 로드리고가 처음이다. 앨범 판매량도 압도적이다. 첫 주 29만 5000장으로 역대 데뷔앨범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는 ‘굿 포 유’가 2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로드리고의 가장 큰 장점은 솔직함이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10대 소녀지만 자신의 연애담을 진솔하게 털어놓은 노랫말로 또래의 공감을 샀다. 지난 1월 발표한 데뷔곡 ‘드라이버스 라이선스(drivers license)’가 대표적이다. 표면적으로는 갓 운전면허증을 딴 여자가 헤어진 남자친구 집으로 가는 길을 지나며 느낀 감정을 담은 곡이다. 하지만 15살에 배우로 먼저 데뷔한 로드리고가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하이 스쿨 뮤지컬: 더 뮤지컬: 더 시리즈’(2019)을 촬영하며 만난 조슈아 바셋(21)이 사브리나 카펜터(22)로 ‘환승 이별’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8주간 핫 100 1위를 차지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볼 때마다 신경 쓰이던 금발 언니” 등 대놓고 저격하는 표현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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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이던 금발 언니” “거짓말” 공방전
‘하이 스쿨 뮤지컬: 더 뮤지컬: 더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춘 조슈아 바셋과 올리비아 로드리고. [사진 디즈니 플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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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셋과 카펜터는 각각 ‘라이 라이 라이(Lie Lie Lie)’와 ‘스킨(Skin)’ 등을 발표하며 이를 부인했지만 소용없었다. “넌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어” “아마도 금발은 단지 라임을 위한 것” 등 반격에도 팬들은 로드리고의 손을 들어줬다. 틱톡에는 각자 이별의 심경을 담은 ‘드라이버스 라이선스’ 커버 영상이 쏟아졌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틱톡에서는 댄스 챌린지가 유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곡은 스토리텔링이 중심이 됐다. 남자주인공 입장이 되어 변명한다거나 운전면허증 입장에서 두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Z세대의 놀이문화와 맞물려 새로운 흥행 공식이 탄생한 셈이다.
메가 히트에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후속작을 내놓은 점도 주효했다. “넌 나 없이도 잘 살더라 소시오패스처럼/ 난 정신이 나가서 밤새 욕실 바닥에서 울고 있는데”(‘굿 포 유’), “그녀랑 있을 때 데자뷔 느껴지지 않니/ 그거 우리가 다 했던 거잖아”(‘데자뷔’), “헤어진 지 2주 만에 그녀와 데이트를 하니/ 이 배신자야”(‘트레이터’) 등 각기 다른 곡의 노랫말이 한 편의 시리즈처럼 이어진다. 김도헌 평론가는 “하이틴 드라마를 좋아하는 10대들이 열광할 만한 이야기로 '지랄발광 17세'의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며 “주인공의 감정을 쫓아가다 보면 앨범 전체를 듣게 되고 전체 재생 시간도 35분으로 짧은 편이라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때는 달콤하고 좋기만 했던 것이 왜 어느 순간 시큼하고 슬프게 변해버리는 걸까’라는 의문이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가 되어 앨범명을 ‘사워(SOUR)’로 짓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 유니버설뮤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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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는 음반사 유니버설뮤직과 인터뷰를 통해 “가사를 적음으로써 아픈 마음을 풀어냈다. 나에게 곡 쓰기란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내가 없는데 너는 어쩜 그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지 상상이 안 돼”라는 구절에서 시작한 ‘드라이버스 라이선스’처럼 “힘들고 연약할 때 만든 곡이 수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위안을 받았다”고. 필리핀계 미국인 아버지와 독일ㆍ아일랜드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처음 곡을 쓴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줄곧 가사를 적고 멜로디를 만들어왔다”며 “음악과 연기 둘다 사랑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음악이다. 배우로서 배역을 따낸 것도 모두 노래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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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디즈니 스타 “노래 덕에 배우 데뷔”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도 돋보인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디즈니 출신 스타라서 밝고 경쾌한 아이돌 이미지로 생각하기 쉬운데 ‘굿 포 유’나 ‘브루탈(brutal)’은 록적인 요소가 강하다. 오랫동안 비주류 음악으로 취급됐던 록을 소환하면서 Z세대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가고 록의 추억을 간직한 그 윗세대까지 팬층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유니버설뮤직 관계자는 “너바나 등 록밴드를 배출한 게펜 레코드와 지난해말 계약한 것도 눈에 띈다. 또래 팝스타와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라며 “하이브와 손잡고 미국 오디션 및 보이그룹 론칭을 발표하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게펜 입장에서도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브릿 어워드에서 만난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테일러 스위프트.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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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에서도 새로운 슈퍼스타의 탄생을 반기고 있다. 팝의 여제로 자리매김한 테일러 스위프트나 MZ세대의 아이콘이 된 빌리 아일리시를 잇는 차세대 스타로 부상을 점치는 사람도 많다. 이대화 평론가는 “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어린 나이에 데뷔한 싱어송라이터로 10대 소녀들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다. 컨트리 등 장르적인 차이도 있고 세대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로드리고는 서로 엄마와 딸로 부르는 등 실제 사이도 각별하다. 김도헌 평론가는 “빌리 아일리시가 음악적 교육을 받지 않고 주류 문법과는 다른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 나간다면 로드리고는 팝스타로 출발해 훨씬 대중적이다. 향후 잠재력도 큰 편”이라고 평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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