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레터 109호 요약본
CBDC, 국가코인(Govcoin)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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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암호화폐 폭락장에 떠오른 CBDC
지난달 비트코인은 38% 하락했다. 2011년 9월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이다. 다른 암호화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4~5월에 걸쳐 각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던진 견제구가 효과를 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암호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로 보호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은행업협회는 “금융 기업이 암호화폐 관련 활동을 하면 공안(公安) 조사를 받을 것”이라 경고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제롬 파월 의장도 “시총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한 암호화폐가 개인 투자자와 광범위한 금융 시스템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5월 20일)고 지적했다.
국가의 집중 견제로 '탈중앙' 암호화폐의 지위가 흔들리자 시장의 시선은 국가 코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로 쏠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트코인이 헤드라인을 잡고 있는 동안 두 번째 암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미국은 한 발을 내디뎠다. 차기 연준의장 후보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는 5월 24일 “디지털 달러는 일반 대중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중앙은행 화폐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의 CBDC 발행을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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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BDC 무슨 효과가 있길래
CBDC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현금’이다. 중앙은행이 보증하니, 가격 변동성이 없다. 한국은행이 카카오페이 같은 앱을 만들고 디지털 원(won)화를 담아 쓰게 하는 셈.
장점 : 사용자 입장에선 수수료가 덜 든다. 전 세계 1인당 연간 금융비용은 350달러(40만원) 수준인데, CBDC 도입 시 중개(거래)비용이 사라진다. 은행 계좌가 없는 금융소외 계층 17억명의 금융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 중앙은행 입장에선 중개자(시중은행·금융사 등)를 안 거치니, 돈 풀기나 이자율 조정 같은 통화정책 효과를 즉각 기대할 수 있다. 지폐⋅동전 찍어내는 비용을 아끼는 건 덤. 정부는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거래내용을 통해 불법자금을 추적하고 세수를 늘릴 수 있다.
단점 : 중앙은행으로 금융권력이 집중된다. 민간은행을 배제하고 CBDC를 설계한다면, 고객들이 시중 은행 거래를 끊어 예금 대량인출(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카드나 간편결제 같은 핀테크 영역의 혁신 동력이 떨어질 수도. 일반 사용자 입장에선 화폐 거래 내용이 모두 기록되기에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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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BDC 속도 내는 이유
일본은 4월 디지털 엔화 실증실험에 착수했고, 영국도 같은 달 브리트코인 TF를 출범했다. 러시아는 연내 CBDC 테스트를, 브라질은 2022년 디지털 헤알화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주요 20개국 협의체(G20)는 올해 2·4월 회의에서 CBDC 등 디지털화폐의 국가 간 지급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그간 중앙은행은 거시적 통화 정책을 펴면서, 시중은행에 적절한 역할을 요구하면 됐다. 금융 혁신은 주로 핀테크(페이팔, 앤트파이낸셜)나 카드사(비자, 마스터)의 몫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지급결제 환경이 급변했고, 암호 화폐 시장이 폭발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CBDC가 현금 종말에 따른 통화정책 효과 저하를 막아주고, 암호화폐를 견제하는 디지털 지급 수단이 될 것이라 본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은 “암호화폐가 국가 과세로부터 벗어나려 하자, 금융 당국이 CBDC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봤다. 미·중 디지털화폐 패권경쟁에 합류(유럽중앙은행)하고, 서방 경제 제재 우회(베네수엘라, 캄보디아, 이란)를 노리는 등 국가별 추진 이유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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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국은행과 네이버·카카오
한국은행도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초 ‘디지털화폐 연구팀’을 만든 한은은 "연구일 뿐"이라며 CBDC 도입에는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지난 5월 24일 ‘CBDC 모의실험 연구 입찰 공고’를 내며 속내를 드러냈다.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연구팀장은 “현금 사용 비중이 현격히 줄고 있다"며 "지급결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현금 사용 비중 19.8%). 그러면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발언의 의미를 읽으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 흐름을 주시하겠단 것. 지난달 말엔 한은 워싱턴 주재원이 '미국 연준의 CBDC 추진 동향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기술(IT) 기업도 CBDC 모의실험에 참여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단순히 50억 원짜리 연구용역이 아니라, 향후 국내 금융구조 전체를 바꿀 분기점이라 본 것.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라인플러스가 CBDC 준비팀(TF)을 꾸렸고, 카카오는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와 카카오페이를 앞세운다. 그라운드X는 싱가포르·호주·태국 CBDC에 참여한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컨센시스’와 협력을 강화했다. LG CNS도 금융사 협업 경험을 앞세워 모의실험 입찰 의사를 밝혔다.
윤석빈 서강대 지능형블록체인연구센터교수는 “CBDC를 일반 소매용으로 사용할 경우, 시중은행 디지털 지갑도 필요해진다”며 “IT기업과 시중은행이 컨소시엄을 이룰 가능성이 높은데, (은행으로선) 한은과 모의실험에 참여했던 IT업체를 선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BDC 모의실험 참여 기업이라는 '스펙'이 생기면 향후 정부 주도 블록체인·지급결제 사업에 주요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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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BDC와 코인의 미래
미·중을 시작으로 국가 간 CBDC 경쟁이 가속화되고, 민간기업인 페이스북의 스테이블코인 ‘디엠(구 리브라)’ 발행이 임박했다. 씨티은행은 '머니 2.0 시대가 온다'(돈의 미래 보고서)고 평했다. CBDC와 암호화폐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하나만 살아남는다’와 ‘상호보완하며 공존할 것이다’로 나뉜다.
대립 할 것 : 암호화폐와 CBDC가 경쟁하다가 둘 중 하나만 남을 것이란 시각.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CBDC는 미래의 모든 암호화폐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반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기업 바이낸스의 창펑 자오 CEO는 “CBDC는 통제가 많아, 자유를 선호하는 사용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공존할 것 : 안정은 CBDC가, 혁신은 암호화폐가 담당하며 공존할 것이란 시각. 토비어스 에이드리언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자본시장국장은 “민간 회사들이 CBDC보다 더 편리한 지불‧결제 수단을 발명해 내면, 민간의 혁신과 중앙은행의 CBDC가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원엽·심서현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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