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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ESC] 달천 강물 휘감는 괴산엔 ‘해장국 끝판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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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원조 주차장식당의 다슬깃국. 사진 이우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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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내륙지방에선 다슬기를 즐겨 먹는다. 어패류가 풍부한 어촌과는 달리 농촌과 산촌에서 그나마 구하기 좋은 단백질 공급원인 까닭이다. 맑은 하천에서 서식하는 다슬기는 (인력만 있다면) 채취하기 좋고 맛도 영양도 뛰어난 식재료다. 까는 데 공이 들어서 그렇지 사실은 조리도 간편하다. 소금이나 된장만 넣고 끓여도 특유의 감칠맛이 진하게 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경 지역에선 다슬기를 꺼리는 곳이 없다. 한반도 전역에서 저마다 다슬기를 부르는 이름이 있는 이유다. 충청도와 강원 영서에선 올갱이, 또는 올뱅이, 골뱅이. 호남에선 대사리, 대수리로 부른다. 영남에선 고디라고 하는데 특별히 안동 지방에선 골부리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마시 스네일(marsh snail), 즉 달팽이에 가깝다. 조개와는 달리 스스로 이동하며 먹이(이끼)를 뜯어 먹고 한 쌍의 촉수를 내밀어 주변을 탐색하는 등 차라리 전복이나 우렁이, 소라와 더 가깝다. 작지만 쫄깃하며 쌉쌀한 맛을 내는데 물을 충분히 잡고 끓이면 시원한 맛으로 변한다. 6월 말까지 제철이다. 이때는 서걱서걱한 유충이 씹히지 않는다.

주로 알맹이를 빼서 국을 끓이거나 전을 부치는데, 해장국이나 건강식으로 즐긴다. 특히 술꾼 사이에선 ‘아침 다슬깃국 한 그릇이면 저녁 해장까지 미리 당겨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장국의 끝판왕으로 인정받는다.

다슬기에는 타우린, 칼슘, 칼륨, 철분,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과 피트산(엽록소)이 풍부해 지방간 등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대부분 다슬깃국은 조리할 때 자극적이지 않고 건더기도 없어 해장국 거리로는 딱이다.

산 좋은 충북 괴산땅에는 다슬깃국(올갱잇국)을 잘하는 주차장식당이 있다. 워낙 입소문이 난 터라 괴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맛집으로 세인들에게 평가받고 있다. 해장국집답게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여는데 투실투실한 국내산 다슬기를 쓴다고 한다. 멀겋지 않다. 토장국처럼 된장과 고춧가루를 풀고 시원하게 끓여낸다. 다슬기 알맹이는 계란 반죽에 굴려 옷을 입혔다. 미끈한 점액을 빼고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함이다. 부추를 충분히 넣고 뚝배기에 팔팔 끓여내니 우선 후루룩 국물을 마시고 속이 시원해지면 그때부터 밥술을 뜨면 좋다. 배추김치와 열무김치, 고추 장아찌 등 곁들인 반찬도 건건하면서도 칼칼하니 영락없는 충북 스타일이다. 주차장식당인데 정작 딸린 주차장은 없다. 알아서 해야 한다.(원조 주차장식당: 충북 괴산군 괴산읍 읍내리282. 다슬깃국 8000원.)

이우석(<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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