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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군부, 식민지 잔재 ‘악명’ 교도소를 박해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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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범, 인세인 교도소 수감

과밀·비인격적 처우 등 고통

[경향신문]

미얀마가 영국의 식민지이던 시절 수감자에 대한 가혹행위로 악명이 높았던 인세인 교도소가 군부 쿠데타 이후 과거의 악명을 되찾고 있다. 낙후된 시설과 군부의 비인격적인 처우, 외부와의 접촉 차단은 정치범들을 또 다른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9일(현지시간) 은퇴한 교도관과 수감자 10명을 인터뷰해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 인세인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과밀 환경, 비인격적 처우, 학대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얀마에서는 정치범의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군부가 쿠데타 직후 헌법을 개정해 ‘두려움을 유발하거나 거짓뉴스를 퍼뜨리거나 범죄 행위를 선동하는 경우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한다’는 조항을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31일까지 수감된 정치범은 4409명에 달한다.

이들 중 미얀마의 핵심도시 양곤에서 활동하는 주요 민주화운동가, 정치인, 언론인 등이 인세인 교도소에 수감됐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인세인 교도소에 정원(약 5000명)의 두 배를 넘는 1만3000명이 수감돼 있다고 보도했다.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는 100명 이상이 한 방에 수용돼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인 1887년 건설된 인세인 교도소는 식민통치기와 군부 독재 시절 내내 반대자를 탄압하고 억압하는 장소로 활용됐다. 군부 독재 시절 인세인 교도소는 전기고문과 불고문, 부족한 식사 배급 등으로 악명이 높았다. 수감자들을 개 사육용 우리에 가두는 가혹 행위도 자행됐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도 2003년과 2009년 이곳에 수감된 바 있지만, 2015년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부가 집권한 이후에는 이곳을 반대자를 탄압하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다만 교도소 내 텔레비전 시청과 독서를 허용하는 등 처우를 일부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매체 미얀마나우의 공동설립자인 스웨 윈은 뉴욕타임스에 “현재 상황은 (군부 독재기인) 2010년 이전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했다.

한 달간 인세인 교도소에 수감됐던 일본 언론인 기타즈미 유키는 VOA에 죄수들이 손을 등 뒤로 묶인 채 콘크리트 바닥에서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감자 상당수는 교도소 외부의 군 시설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교도소 내에 마련된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석방된 한 수감자는 VOA에 아웅산 수지의 경제고문인 션 터넬이 24시간 강한 불빛을 눈에 쏘이는 고문을 당하는 등 2주 동안 심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시위대 중 총상을 입은 부상자들 역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수감돼 교도소에서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인세인 교도소에 두 차례 수감된 바 있는 우 보 키 AAPP 공동설립자는 “만약 우리가 군을 제거하고 민주주의를 복원하지 못한다면 이 정치범들은 나처럼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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