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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정치인은 개XX라 욕할 수도 있다” 갑질 의원 옹호한 與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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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의회 조남석(48·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같은 당 김수흥(익산 갑) 의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김수흥 의원은 지난달 한국식품클러스터진흥원(이하 진흥원)을 방문했는데, 당시 진흥원 노조는 “김 의원이 ‘국회의원이 왔는데 이사장은 어디 갔느냐’고 말하며 갑질과 막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오해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수흥 의원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20일 가까이 김 의원의 갑질 논란은 잊힌 듯했다. 그런데 지난 26일 조남석 시의원이 김 의원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개 노조가 국회의원에게 함부로”

조 의원은 지난 26일 익산시의회에서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오택림 익산 부시장을 상대로 질문을 했다. 조 의원은 이날 35분 정도 발언을 했는데, 상당수가 진흥원을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조 의원은 발언 말미에 진흥원 노조가 지난달 김수흥 의원을 비판한 성명을 발표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국회의원, 시의원 누가 뽑습니까. 우리 국민들이 뽑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일개 직원들이 노조를 구성해서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을 함부로 했습니다. (노조가) 국민을 무시하는 것입니다”며 “국민이 대통령도 촛불시위로 탄핵시켰습니다. 국회의원도 우리 시민이 탄핵시켜야지 왜 진흥원(노조)이 그렇게 이야기합니까. 뭘 잘했다고…”라며 노조를 공격했다.

이어 조남석 의원은 “개XX라고 욕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시민의 대표니까. 안 그래요. 할 수 있지 않습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내가 잠시 침묵에 빠지자 조 의원은 부시장에게 “할 수 있어요. 없어요”라고 물었다. 부시장이 “그건 제가 답변드리기가…”라고 하자 조 의원은 “그게 갑질입니까”라고 되물었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감사를 진행하던 강경숙 위원장이 “정치적 얘기는 삼가해 달라”며 조남석 의원의 발언을 제지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이게 무슨 정치적인 이야기입니까. 위원장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됩니다”라고 맞섰다.

이에 강경숙 위원장은 “(부시장)앉혀 놓고 나중에 시민들이 볼 건데…”라고 다시 만류했지만, 조 의원은 책상을 손으로 두드리며 “아니 시민이 보라고 말하는 거 아닙니까. 시민들이 뽑아줘서 여기 있는 거고…”라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조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지역에선 김 의원을 감싸려다 막말까지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 의원은 앞서 지난 2020년 총선에서 김수흥 의원의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다. 조 의원 지역구의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김수흥 의원이다. 지역위원장은 시장·군수, 시·도의원 등을 뽑는 지방 선거에서 정당 공천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끝나지 않는 갑질 논란

노조에 따르면 김수흥 의원은 지난달 23일 진흥원을 방문해 “이사장이 도대체 누구를 만나러 갔기에 국회의원이 왔는데 부재중이냐”고 말했다고 한다. 노조는 “김영재 이사장이 사전 업무 일정으로 방문 시간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하였지만, 김수흥 의원이 마음대로 방문했고, 막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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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흥 국회의원. /뉴시스


이어 “김 의원은 특정 직원을 앞에 두고 갑자기 ‘당신 낙하산이냐’는 근거 없는 발언으로 공개적인 망신을 주는 등 인격적인 모독을 이어갔다”며 “업무 보고가 진행되는 모든 사안에 대해 담당자 설명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진흥원 관계자들을 무능한 사람으로 몰았다”고 했다. 노조는 “‘오해가 있다'고 설명하려는 직원은 아예 발언을 금지함으로써 그 자리에선 그 누구도 국회의원이라는 권력 앞에서 해명할 기회도 제대로 갖지 못한 채 모멸감을 숨겨야 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김 의원의 사과를 요구한 사이 김영재 진흥원 이사장은 “이번 사태로 김수흥 의원님의 명예 및 이미지 실추, 상처를 안겨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의원님의 의지와 열정을 오해해 발생한 논란에 대해 익산 시민과 관계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혀 노조의 반발을 샀다.

노조는 지난 6일 다시 성명서를 내고 “노조와 상의 없이 발표한 이사장의 사과는 굴욕적”이라며 김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재차 사과를 요구했다. 이후 노조와 김 의원 양측 모두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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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흥 의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비판하는 하는 댓글./여의도 옆 대나무숲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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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엔 이한수 전 익산시장까지 나서 김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한수 전 시장은 한 언론에 기고를 통해 “김 의원이 억울하신 면이 있겠지만 국가 식품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서는 식품진흥원 이사장과 직원들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화해하셔야 합니다. 실수를 억압으로 누를 수는 없는 법입니다”라고 썼다.

이어 “상처를 가진 식품진흥원 직원들에게 지금까지의 노고와 앞으로의 노력을 위해 진심 어린 격려로 다독여주시기 바랍니다. 김수흥 의원님의 포용과 겸손의 리더십으로 익산이 ‘어흥’ 소리보다 ‘흥흥’ 소리가 넘쳐 행복한 도시로 발전해 나가길 소망합니다”라고 했다.

이 전 시장은 “이미 정치를 떠난 제가 또 부족하기만 한 제가 드려도 될 말씀인지를 고민 고민하다 진언을 드립니다”며 “익산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원님이 꼭 성공하셔야 됩니다”라고 밝혔다.

[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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