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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쿠데타 군부가 들여온 中백신 안맞겠다" 미얀마 백신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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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미얀마 대학생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은 양곤 모 대학에 재학 중인 A, 오른쪽은 만달레이 모 대학생 B다. 정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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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넉 달이 지났다. 31일(현지시간)로 120일째다.

그 사이 837명(30일 정치범지원협회 집계)이 군경의 진압에 사망했다. 쿠데타 100일째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쏟아지던 지난 11일 누적 사망자는 790명이었다. 관심이 다소 시들해진 사이 47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미얀마 시민들에게는 전염병의 공포도 닥쳤다. 30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인도와 국경을 접한 친주(州)와 사가잉 지역에 처음으로 봉쇄 결정을 내렸다. 지난 2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96명을 기록한 직후에 내린 결정이다.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실제 확진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투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중앙일보는 120일째 투쟁 중인 미얀마 양곤, 만달레이 지역 대학생 3명에게 '미얀마에서 젊음을 보내는 의미'에 대해 물어봤다. 이들은 얼굴과 신원을 공개해도 좋다고 했으나 인터뷰 공개 이후 이들이 현지에서 위해를 당할 가능성을 우려해 이름과 사진을 가렸다. 양곤의 대학생 A(남), 만달레이의 대학생 B(여), 양곤의 대학생 C(남)가 e-메일과 페이스북 등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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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미얀마 양곤 지역 대학생 C가 세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Q: 한달 쯤 전 중국산 백신이 들어왔다던데

A-"중국에서 백신 50만 회분이 들어왔다는 보도를 접했다. 쿠데타가 있기 전에는 그런 얘기가 없었는데, 중국은 왜 쿠데타 이후 두어달이 지나 군부를 통해 백신을 건넸을까 의문이다. 우린 지금까지 (이런 의도를 알 수 없는) 백신을 맞지 않고 있다"

B- "선출된 미얀마 정부는 당초 인도에서 코비실드 백신을 들여오기로 했다. 그런데 군부가 2월에 권력을 찬탈하면서 우리 정부가 계약한 코비실드 백신 프로그램을 멈추더니 중국 백신을 미얀마 백신 프로그램에 포함했다. 중국산 백신을 들여온 게 우리를 위한 것일까?"

C-"군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의료에 헌신하던 의사들을 잡아갔다. 그런 군부가 제공하는 코로나19 백신은 원하지 않는다. 뉴스를 보니 군부는 시민불복종(CDM)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의사들을 네피도에 있는 군 기관에서 백신 접종을 시키더라. 군을 위한 백신을 맞고 싶나? 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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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간)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는 중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에 50만회분의 백신을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중국에서 출발해 미얀마에 도착한 백신 수송 화물기.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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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로나19가 확산할 조짐인데, 그래도 안 맞을 건가

B-"나도 코로나19가 두렵다. 그래도 여전히 맞지 않을 계획이다. 일반 시민들뿐 아니라, 의료계 종사자들도 군부를 통해 제공되는 중국 백신을 거부해왔다. 수백만명이 거절했다. 중국은 왜 군부에 백신을 제공했을까? 중국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계속 군부를 위한 의견을 내고 있다. 이걸 보면 중국이 그들의 배후에 있다는 사실이 명확하지 않은가"

A-"군부 체제 하에서 의료진 60%가 파업을 하고 있어서 안그래도 미얀마의 코로나19 대처는 어렵다. 군부와 그의 부역자들을 위해 쓰이고 있는 백신을 맞고 싶지가 않다. 이런 상황들이 우리의 어려움을 두배로 가중하고 있다. 선출된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됐으면 우린 코비실드 백신을 맞고 5~6월쯤 다시 문을 연 대학에 다닐 준비를 하고 있었을 텐데 아쉽다"

C-"군부가 중국산 백신으로 CDM 참가자들을 회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일터로 복귀하면 백신을 접종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중국산 백신으로 코로나19를 타개해도 문제다. 군부가 자신들이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가짜 뉴스'를 전 세계에 퍼뜨릴 테니까"

A-"진짜 정부가 돌아와서, 그들이 제공하는 백신을 맞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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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에 기부한 백신 50만회분.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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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 120일, 어땠나

A-"우린 모든 것을 잃었다. 800명 넘는 사람들, 인간성, 미래를 위해 세워놓았던 우리의 모든 계획, 개인적으로는 프로듀싱 일을 하고 있는데 해외에서 프로덕션 관련 계약을 하려 했던 모든 계획을 쿠데타 때문에 취소했다. 미얀마 사람들은 2월 1일에 발생한 일 때문에, 쿠데타 이후 모든 것을 내려놨다"

B- "미얀마 젊은이로서 지난 120여일은 가장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운동의 연속이었다. 1살도 되지 않는 아기를 죽이는 군인들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손에는 아무 것도 없는데. 미얀마에서는 전날 밤에 잡혀간 가족이 다음 날 아침에 죽어서 돌아온다. 지친다. 그래도 우리는 잘해왔다고 믿는다. 민주주의를 얻을 때까지 싸우겠다"

C-"'22222 운동'이 기억에 남는다. 지난 2월 22일 미얀마 전역에서 시민불복종운동에 동참했다. 22222 운동으로 보여줬듯 미얀마인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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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현지시간)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국민통합정부(NUG)는 이날까지 73명의 어린이가 군경의 진압으로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사진은 진압으로 사망한 어린이들. [NUG=이라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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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군부가 지배하는 미얀마에서 보내는 젊음이란

A-"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다. 쿠데타가 200일 지속하면 우린 더는 살 수 없을 것이고 300일까지 이어지면 모든 분야에서 발전을 놓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 젊은이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오직 저항뿐이다. 학생은 책을 내려놓고 예술가들은 스튜디오를 떠나 거리로 나섰다. 미래를 포기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 미얀마에서 보내는 젊음의 의미이다"

B- "군부 아래서 보내는 젊음이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안다.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없는 사회에서 젊음이 무슨 소용일까? 미얀마는 저개발국가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나라 대학생들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쿠데타 이후 감옥에 갇힌 젊은이들은 끔찍한 폭력과 성폭행에 직면한다. 군부는 특히 교육받은 젊은이들을 겨냥했다. 교수들을 체포하고, 우리에게 두려움을 심었다. 목숨을 걸고 군부와 싸우는 이유는 그동안 해온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 "화가 날 뿐이다. 쿠데타만 없었으면 2월 5일부터 코비실드 백신도 맞을 수 있었다. 쿠데타 때문에 대학도 다니지 못하고 경제도 마비됐다. 민주주의가 없는 국가에서는 희망이고 뭐고 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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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반(反)쿠데타 시위. [로이터=연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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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제사회에 실망하지 않았나

A,B,C (공통 답)- "국제사회의 많은 구성원이 미얀마를 도우려 노력해줘 고맙다. 솔직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규탄 성명'은 여기서 아무 힘이 없다. 군부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유엔(UN)은 이런 때를 위해 만든 기구이고, R2P((responsibility to protect·UN의 시민 보호 책임 원칙) 개념은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적용하나.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것은 무장한 군인인데, 우리는 빈손과 생명밖에 무기가 없다. 싸우기가 너무 어렵다. UN은 부디 행동을 해주길 바란다.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도움을 간곡히 바란다.

Q: 한국에 하고 싶은 말

C- "한국인들이 보여준 연대의식에 따뜻함을 느낀다. 미얀마인들은 한국에 감사하고 있다.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한국 정부가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를 공식 정부로 인정해주면 좋겠다. 시민들도 무장하고 군부에 맞서려고 하고 있다. PDF(People Defense Force·시민방위단)의 활동을 지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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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열린 미얀마 군부 규탄 시위에서 재한미얀마인들이 미얀마의 평화를 바라는 기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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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민주화를 이룬 이후) 한국은 10년 넘게 미얀마에 문화적, 예술적 영향을 줬다. 특히 음식을 좋아하는데, 미얀마 사람들이 모두 김치를 맛볼 때까지 한국이 우리에게 계속 만족스러운 영향을 주는 국가로 남길 바란다. 그리고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보여주고 있는 최고의 지지에 모든 마음을 다해 감사하다. 우리도 민주주의를 얻고 나면, 그동안 미얀마가 잃은 모든 것을 복구하기 위해 달릴 것이다.

B-"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한국에 감사하다.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에도 많은 영향을 받아왔는데, 쿠데타 국면에서 한국이 보여준 연대 의식과 공감 능력을 아마 절대로 잊지 못할 것 같다. 계속 지지해달라. 우리도 민주주의를 반드시 쟁취하겠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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