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차 접종자 실외 노마스크”
정부, 접종독려 위한 혜택 발표
전문가 “AZ 불안 풀 소통책 내고
이상반응 땐 병원비·보상 지원을”
직계가족 모임 규제는 6월 풀기로
2차 완료 땐 성가대·소모임 허용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6일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면 7월부터 실외 산책·운동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종교활동을 할 때 정규 예배 제한 기준 인원에서 제외하는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현재 수도권 같은 방역 2단계 지역에선 종교시설 좌석 수의 20%(1.5단계 지역은 30%) 이내만 참석할 수 있는데, 여기서 제외한다는 뜻이다.
백신 접종 인센티브 주요 내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또 1차 접종만 해도 가족 모임(8명)이나 실외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 인원에서 빼준다. 공공시설 할인, 경로당 여가 프로그램 참여 조치도 있다. 2차 접종 완료자는 5인 초과 모임 금지나 실내 다중이용시설 제한 인원에서 제외한다. 교회 성가대, 소모임도 허용한다.
하지만 정은경 청장은 지난 17일 미국의 실내·외 ‘노 마스크’ 시행에 대해 “미국은 인구의 9.9%가 자연면역이 생겼고, 1차 접종률이 46%에 달한다. 한국은 7%대라서 접종률이 안정적으로 올라간 뒤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랬던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는 접종 예약률이 크게 올라가지 않아서다. 26일 기준 70∼74세 68.9%, 65∼69세 63.6%, 60∼64세 52.7%에 불과하다. 이들이 접종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7월부터는 1차 접종만 해도 종교활동 인원 제한서 제외
이 때문에 상반기 1300만 명 접종 목표마저 불투명하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0세 이상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80~90% 이상 접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대로 가면 70%를 넘기기도 어려워 보인다. 질병청 관계자는 “한 명이라도 더 맞혀야 하는데, 방역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이번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300만 명 접종 목표를 달성하면 접종률이 인구의 25%이다. 미국은 이달 13일 1차 접종률 46.6%일 때 2차 접종 완료자에 한해 실내·외 노 마스크를 시행했다. 이스라엘은 1차 접종률 61.7%(2차는 57.3%)일 때 실내·외에서 비접종자까지 마스크를 벗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접종 인센티브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실외 마스크 해제 등은 2차 접종 완료자에게 시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백신 예방접종에 따른 방역조치 단계적 조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하지만 한국의 발생률이나 사망률이 낮아서 맞비교하기 곤란하다는 주장이 있다. 박기동 세계보건기구(WHO) 베트남사무소 대표는 “노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 완화의 국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나라마다 상황을 따져서 정책의 묘를 살려야 한다”며 “이번 조치는 접종률을 높이려는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번 조치로 감염자가 나온다 해도 일정 부분 감수하겠다는 것인데, 한번 시도해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인센티브라며 실외 마스크 해제를 제시한다. 접종률을 높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오명돈 교수는 “실외에서 촘촘히 모여서 함성을 지르는 게 아니면 실외 노 마스크로 인해 감염이 발생할 우려는 별로 없다. 게다가 백신 1회 접종자라면 더 문제가 없다”며 “한국인은 미세먼지나 황사 때문에 마스크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접종률 제고에 도움이 될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종교적 신념이 강한 사람에게 종교시설 규제를 완화한 것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방접종 인센티브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오 교수는 “근본적으로 AZ 백신의 부작용 걱정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그렇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설득이 잘 안 되니 소통 전문가나 소비자 행동 전문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말한다. 박기동 대표도 “AZ 백신 두려움의 근거가 없고, 이를 줄여주려는 위기 소통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괜히 백신을 맞아서 이상반응이 생겨도 보상 못 받을 것이라는 불신이 크다. 팬데믹 와중에 백신 접종밖에 답이 없는데 이상반응의 인과관계를 따져가며 소극적으로 보상할 게 아니라 포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의료관리학)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정부가 백신과 이상반응의 인과관계가 없다면서 인정하지 않으니까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관련이 없다는 걸 입증하게 하고 그리하지 못할 경우 일단 병원비를 지원하고, 인과성이 분명한 건 보상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이우림 기자 ssshi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