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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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조셉 보르겐(29)은 지난 20일 뉴욕에서 열린 친(親) 이스라엘 집회에 참석했다 반(反)유대주의자들에게서 폭행을 당했다. 그는 "더러운 유대인", "하마스가 당신들 모두를 죽이고 이스라엘을 불태울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이날 집회 인근에서는 누군가 던진 폭발물이 터지면서 55세 여성이 불에 휩싸여 화상을 입는 일도 발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 충돌 사태 이후 미국에서 유대인을 향한 공격 사건이 늘고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공영방송 PBS는 "반유대주의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후 로스앤젤레스(LA)에서 뉴욕까지 미국 전역에서 26건 이상의 유대계를 향한 공격이 발생했다. 물리적 폭행부터 조롱, 유대인 회당 기물 파손 사례가 보고됐다.
독일 베를린 크로이츠 베르크에서에서 녹색당 소속 정치인 베티나 자라슈가 반유대주의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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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에 유대계 미국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은 23일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반유대주의가 부상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유대계를 향한 증오는 우익 극단주의자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라틴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증가하는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유대인을 향한 공격을 "비열한(despicable) 행위"라고 규탄하며 '인종 혐오적 범죄'를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두둔한다"며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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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 정서가 꿈틀대는 건 유럽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충돌이 한창 벌어지던 2주 전부터 휴전을 선언할 때까지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폴란드 바르샤바 등에서는 수천명이 운집한 친 팔레스타인 집회가 이어졌다. 일각에선 유대인을 향한 공격적인 행동도 나타났다.
유럽 지도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경험이 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14일 독일에서 벌어진 유대인 공격 사건을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6일 런던에서 '반 유대주의' 구호를 외친 남성 4명이 체포되자 즉각 "우리 사회에는 반유대주의가 있을 자리가 없다"는 트윗 글을 올렸다. 무슬림 인구가 많은 프랑스는 경찰과 법원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일찌감치 차단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충돌을 중단해야 한다"고 당사국들을 압박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미 NBC방송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충돌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 충돌 사태 이후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의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일어난 것은 소셜미디어(SNS)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팔레스타인의 젊은이들은 최근 가자지구 폭격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등 SNS에서 반 이스라엘 운동을 해왔다.
특히 "미국이 이스라엘에 매년 지원하는 천문학적인 국방비가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진보 정치인들의 목소리도 일부 미국인들의 행동을 이끌어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버니 샌더스 의원 등은 최근 연간 38억달러(약 4조원)에 달하는 이스라엘 국방비 지원 규모를 비판하며 "이 돈이 가자지구를 공격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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