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영국, 벨라루스 '하늘길' 막아
美 "강력 규탄…책임 물을 것"
벨라루스는 24일(현지시간) 반정부 성향 언론인 라만 프라타세비치의 자백 영상을 공개했다. 프라타세비치는 해당 영상에서 "건강하다"며 "대규모 시위를 조직한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프라타세비치는 지난 23일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서 체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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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임시 정상회의를 열고 벨라루스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역내 영공을 비행하거나 EU 공항에 착륙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재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모든 EU 기반 항공사의 여객기가 벨라루스 영공을 지나지 않도록 조처했다.
이는 앞서 23일 벨라루스가 영공을 통과하는 그리스-리투아니아 노선의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강제 착륙시킨 뒤 반정부 성향의 언론인 라만 프라타세비치(26)와 그의 여자친구 소피아 사페가(23)를 체포한 데 따른 조치다. 라이언에어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항공사이고 해당 여객기의 출발지와 도착지는 EU 회원국이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라만 프라타세비치와 소피아 사페가를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번 제재에는 하이재킹(운항 중인 비행기를 공중에서 납치하는 행위)과 관련한 개인과 벨라루스 정권과 연루한 기업 등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더 많은 경제 제재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EU 정상들은 벨라루스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추가 경제 제재를 곧 발표한다″고 적었다. [트위터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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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도 벨라루스 기반 항공사의 영공 진입을 금지하고 자국 항공사에 벨라루스 영공을 피할 것을 권고하며 EU 제재에 발을 맞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가 라이언에어 여객기의 항로를 강제로 돌려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한 것은 국제 규범에 대한 직접적인 모욕”이라며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의 완전한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국제적인 조사 요구에 동참할 것”이라며 “EU의 제재를 환영하고 EU·국제기구와 긴밀히 협력해 이번 사건에 연루한 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우리 팀에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EU의 제재와 국제 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벨라루스 외교부 대변인은 “정해진 국제 규정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벨라루스는 이 여객기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테러 위협이 접수돼 비상착륙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는 이에 대해 어떤 관계도 없다고 부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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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경찰 타고 있었다” 의혹 제기
폴란드에 거주하는 벨라루스인들이 24일(현지시간) 바르샤바 EU 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라만 프라타세비치와 그의 여자친구 소피아 사페가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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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외무장관도 RTE 방송에 “벨라루스 비밀요원들이 탑승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객기가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한 후 이륙했을 때, 대여섯명이 다시 탑승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체포된 사람은 한두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비밀요원이 확실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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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시위 조직" 자백 영상 공개
벨라루스 당국은 체포 이튿날인 24일 저녁 프라타세비치의 영상을 공개했다. 프라타세비치는 이 영상에서 “건강하다. 나는 법에 따라 존중받고 있다”며 “현재 나는 경찰 조사에 협력하고 있고, 민스크에서 대규모 시위를 조직한 것을 자백한다”고 말했다.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인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 영상은 강압 때문에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프라타세비치는 신체적·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협박으로 찍은 영상은 언론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에 대한 수치스러운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벨라루스 대통령 알렉산드로 루카셴코는 27년째 벨라루스를 통치하며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불린다. 그는 지난해 8월 총선에서 80%의 득표율로 6선에 성공했지만, 부정 선거 의혹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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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성향의 소셜미디어 채널인 ‘넥스타(NEXTA)’를 운영해 온 프라타세비치는 지난해 8월 벨라루스 대선 부정 의혹을 대대적으로 전하며 반대 세력 결집에 힘을 보탰다. 넥스타는 텔레그램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데, 팔로워만 약 200만 명에 달한다. 벨라루스 전체 인구가 약 950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겐 프라타세비치는 눈엣가시인 셈이다. 지난해 프라타세비치는 대규모 폭동을 조직한 혐의로 기소됐고, 정부의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라갔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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