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선언·사회적 유럽 선언
한국외대 철학과·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인 저자가 모든 철학과 문화는 지리적인 장소를 기반으로 생성하고 작동한다는 시각을 바탕으로 모든 로컬(지역)이 세계의 중심이 된다고 주장한 책이다.
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보여준 비교적 성공적인 방역의 문화적 배경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서구가 틀렸다거나 동양이 옳았다는 이분법을 경계하면서 서구적인 문화 양식이 보편타당한 기준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책은 그간 비판 없이 강제돼 왔던 세계화에 의한 지역화가 아니라 반대로 지역화에 의한 세계화란 관점에서 철학 하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어떤 철학도 탄생 과정에서건 수용 과정에서건 기본적으로는 지역적 특성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철학 하기를 시작하자고 강조한다.
모시는사람들. 480쪽. 2만5천원.
▲ 돌봄 선언 = 더 케어 컬렉티브 지음. 정소영 옮김.
2017년 영국 런던에서 돌봄에 관한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학술 모임으로 시작한 단체가 최근 수십 년간 돌봄의 부재, 즉 무관심이 심각해졌다며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편적인 돌봄이 필요하다고 선언한 책이다. 이 단체 소속 학자 5명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책은 신자유주의 체제에 많은 나라가 수익 창출을 앞세워 복지 제도와 민주적 절차를 파괴했고, 기업들은 '셀프 케어'를 내세워 돌봄을 상품화했다고 지적한다. 자신과 가까운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 것 돌보기'는 집단화돼 극우 포퓰리즘이나 인종차별주의로 치닫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현 사회를 지배하는 무관심의 밑바닥에 있는 상호 연결성에 주목한다. 페미니즘과 퀴어, 반인종차별주의, 생태사회주의를 아우르는 대안을 모색하며 가정뿐 아니라 친족, 공동체, 국가, 지구 전체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보편적 돌봄이 우선시되고 중심에 놓이는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덧붙인다.
니케북스. 200쪽. 1만3천800원.
▲ 사회적 유럽 선언 = 콜린 크라우치 지음. 박상준 옮김.
영국 워릭대 명예교수인 저자가 신자유주의와 혐오주의가 우리 사회에 끼친 부정적 분위기에 관해 지적하며 현대 시민 사회에 어떻게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책은 신자유주의가 "노력해서 얻은 개인의 재산을 보호받아야 한다"는 주장 아래 복지와 환경을 비롯한 사회 문제를 무력화했다고 주장한다. 또 혐오주의는 민족주의와 애국심이란 이름 아래 시민의 증오를 집중시킬 대상을 발굴해냈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이 두 '유령' 아래 사회가 점점 비이성적으로 돼간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과 집단, 국가를 넘어선 전 세계에 걸친 연대가 필요하다며, 혐오와 증오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국경을 넘는 위기에는 국경을 넘어 맞서야 하며, 혐오를 넘은 희망의 세상을 이뤄내야 한다고 덧붙인다.
페이퍼로드. 136쪽. 1만2천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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