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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코로나증세로 연차냈더니 인센티브 깎아”…직장 갑질에 우는 콜센터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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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심층 면접조사 보고서 발표

4월 초까지 콜센터 직원 636명 코로나 감염

상담 건 수 채워야 하는 원-하청 구조 문제

“노동자 권리 중심으로 방역지침 개정해야”

헤럴드경제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콜센터에서 상담사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며 업무를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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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1. 보험사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직원을 대하는 회사 측 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직장 동료가 코로나19 증상으로 연차를 쓰겠다고 하자 인센티브를 깎은 것이다. A씨는 “우리는 코로나19 증상에 따른 당일 연차 소진을 할 수가 없다”며 “자녀가 학원에서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해 연차를 쓴 직원이 있었는데, 인센티브를 깎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2. 카드사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는 B씨는 최근 직장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관리자들은 확진자 동선이나 밀접 접촉 여부 등을 직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B씨는 “직장에서 코로나가 발생돼도 공유가 안 된다”며 “관리자에게 물으니 ‘그렇게 걱정되면 연차나 반차를 쓰라’는 말만 들었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3. 은행 콜센터에서 일하는 C씨는 회사의 엉성한 코로나19 방역 체계 문제점을 꼬집었다. C씨는 “출근할 때 체온체크를 하는데 38도가 나왔지만, 귀가 조치를 안 시키고 정상 체온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체온 체크를 했다”며 “몸이 아프다고 했지만, 이따 다시 오라는 말만 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위험지대인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회사의 갑질과 안일한 코로나19 대응으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코로나19로부터 콜센터 직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17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이후 콜센터 노동환경 심층 면접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3차례 실태조사를 진행했으며, 올해 년 1~4월, 4개월 동안 콜센터 상담사 13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 조사를 시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 6일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콜센터 직원은 총 636명에 달한다. 콜센터 노동자 3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체의 67.7%(205명)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으며, 46.9%(142명)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노동부의 ‘콜센터 사업장 코로나19 예방지침’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다는 응답은 10.6%(32명)에 불과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3월 구로지역 콜센터에서 170명의 직원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것을 시작으로 콜센터 직원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이어졌다”며 “감염확산의 주된 공간이 되어버린 일터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없게 된 콜센터 직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콜센터 직원의 집단 감염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직장갑질119는 “노동부는 ‘아프면 쉬기’라는 기본 방역수칙을 제시했으며, 특히 콜센터에서 상담 건수 응답률 등을 이유로 휴가 사용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러 사업장에서 여전히 당일 휴가 신청의 경우 인센티브를 감점해 성과금에 불이익을 주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원청회사에서 요구하는 상담 건수를 채워야 하는 콜센터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며 “콜센터 직원들은 본인에게 발열 증상이 나타나도 당일 연차 사용을 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으로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를 중심으로 한 방역지침 개정 ▷노동부의 실질적인 방역 점검 및 근로감독 ▷감염 취약 콜센터 안전보건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화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을 제시했다.

직장갑질119는 “노동자의 권리가 배제된 각종 방역지침들은 휴식공간을 줄이고, 업무 외 대화를 차단하며 각종 노동과정을 더 많이 통제하는 수단이 되어버렸다”며 “이번 조사에서 우리는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조직 질서와 문화가 절실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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