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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대법 “‘피해자다움’ 없다고 강제추행 진술 신빙성 의심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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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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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피해자가 사건 이후 가해자와 술을 마시는 등 ‘피해자다움’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ㄱ씨는 2016년 12월 같은 대학 과 동기들과 함께 놀러 간 강원도 한 콘도 객실에서 잠이 든 피해자 ㄴ씨의 몸을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ㄱ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ㄴ씨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ㄴ씨가 사건 발생 이후에도 ㄱ씨와 단둘이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사건 발생일로부터 2년이 지난 2019년 8월에야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ㄱ씨를 고소했다는 이유에서다. 2심은 “ㄴ씨는 사건 당일 ㄱ씨와 셀프사진을 찍고, 다음 날 친구들과 카페에서 단체 사진도 찍었다”며 “이후 ㄴ씨는 ㄱ씨와 별다른 어색함이나 두려움 없이 시간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ㄴ씨의 태도는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의 반응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ㄴ씨가 ‘피해자다움’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ㄴ씨는 피해 사실의 핵심 부분이나 추행 당시 등에 대해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ㄴ씨는 사건 발생 후 ㄱ씨에게 휴학을 요구한 일 외에는 합의를 제안한 사정이 없고 일관되게 ㄱ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ㄱ씨가 입대해 군 복무를 하는 동안 ㄴ씨는 그를 마주칠 일이 없었고 해당 기간 개인 사정을 감안하면 사건 발생 후 2년이 지나서야 고소를 한 경위를 수긍할 만하다”며 “범행 후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사정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ㄴ씨는 ㄱ씨와 단둘이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멀티방에서 함께 있었던 것에 대해 ㄱ씨로부터 해명을 듣고 사과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2심 판단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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