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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삼성전자 2조7000억원어치 판 외국인, 경기방어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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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연속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주식은 3조원 넘게 순매도한 반면, 통신주와 유통주 등 전통적인 경기방어주를 사들였다.

경기방어주는 경기 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으며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주식으로, 경기민감주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주가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최근과 같은 하락장에서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조선비즈

그래픽=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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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13일 사흘 동안 외국인은 SK텔레콤(017670)을 470억원, KT(030200)를 455억원 순매수했다. LG유플러스(032640) 주식은 179억원어치 사들였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매도액에 비하면 미미한 금액이나, 급락장에서 적게나마 순매수를 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통신주는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꼽힌다. 경기 변동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으며, 금리나 환율 등 대외 변수와의 주가 상관도가 낮다. 이 때문에 약세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통신주의 경우 경기방어주의 성격을 띠는 데다 최근 몇 가지 개별 호재가 더해지며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우선 세 회사의 영업이익 합계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1조1086억원을 기록하며 어닝서프라이즈(전망치보다 좋은 실적)에 성공했다.

SK텔레콤(017670)은 최근 자사주 869만주를 소각했으며 LG유플러스 역시 6월 중 자사주를 매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T는 손자회사 케이뱅크를 2023년 중 상장시킨다는 소식에 투자 매력이 커졌다.

외국인은 사흘간 통신주 외에도 내수 유통주, 방위산업(방산)주 등을 담았다. 호텔신라(008770)신세계(004170)를 각각 319억원, 266억원 순매수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23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경기방어주가 주가 하락 방어 성격이 강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풀이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물가 급등과 경기 회복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경기의 회복이나 둔화 여부를 근거로 방어주를 매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방어주는 경기 둔화뿐 아니라 다른 이유로 증시가 하락할 때도 주가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며 “배당 성향이 높은 경우가 많은 데다, 기업의 이익 변동성이 크지 않아 투자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경기 회복기에 증시가 상승할 때도 최근과 같이 한 번씩 조정이 나타나곤 하는데, 지난 사흘간 외국인들은 조정장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안정성이 큰 경기방어주를 매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주나 유통주 등을 전통적 분류 방식에 따라 경기방어주로 간주하기보다는 해외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내수 민감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사흘 간 통신, 유통주 뿐 아니라 은행과 증권, 보험주도 상대적으로 많이 샀다”며 “이들 종목은 전통적인 경기방어주보다는 해외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내수 민감주’로 보는 편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내수민감주는 최근 나타난 미 인플레이션 급등이나 국채 금리 상승과 같은 대외적 요인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대외 요인으로 인한 국내 증시의 하락 국면에서 주가 방어력이 큰 편이라고 노 연구원은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기방어주 선호 현상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최 센터장은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일시적으로 이탈하기는 했지만, 이는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우리 증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그들이 향후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을 다시 높인다면, 시가총액이 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 위주로 매수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인플레이션이 화두로 떠오르는 시기에는 경기방어주보다는 물가 상승과 양의 상관관계를 형성하는 산업재, 소재, 금융 업종의 투자 매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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