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이 손잡아 2030년까지 반도체 가치사슬의 거점을 잇는 ‘K 반도체 벨트’를 구축하고,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세제·금융·인프라·인력 등을 집중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K 반도체 벨트’는 용인을 중심으로 서쪽의 판교와 기흥·화성·평택·온양·천안을, 동쪽으로 이천·청주·괴산을 연결해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첨단장비 및 패키징 플랫폼, 팹리스(설계) 밸리를 조성하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이 10년간 510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 정부의 다각적 지원 대책이 망라됐다. 연구개발(R&D) 투자의 40∼50%, 시설투자 비용 10∼20%의 세액공제와 함께, 2023년까지 1조 원 이상의 설비투자 특별자금 지원, 제조시설 규제 개선, 용수 및 전력 등 기반시설 지원, 10년간 반도체 인력 3만6000명 양성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반도체가 우리 수출의 20%가량을 떠맡으면서 경제 버팀목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삼성의 기술 초(超)격차를 바탕으로 메모리 분야 세계 최고 자리를 지켜왔지만,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주도권 전쟁을 벌이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반도체 위기는 한국 경제의 심각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적극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다행스럽다. 경제계도 환영한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급망이 국내에 갖춰질 수 있다.
정부가 다양한 지원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성패는 기업들의 투자가 얼마나 활성화하고 속도감있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 정책의 장기적이고 안정된 실행이 중요하고, 기업들의 지속적이면서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체감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의 개선과 미래 불확실성 해소가 전제돼야 한다. 지금 기업 환경은 어느 때보다 나쁘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입법만 쏟아 냈다. 공정경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비롯해 노동 관련법 등 셀 수 없이 많은 규제가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 절실하고 시급한 문제는 기업이 현실적으로 당면한 애로와 투자 걸림돌부터 제거하는 일이다. 삼성의 평택공장만 해도 민원에 붙들려 송전선 문제를 해결하는 데 5년이 걸려 건설에 큰 차질을 빚었다. 무엇보다 치열한 반도체 전쟁의 와중에서 삼성의 전략 수립과 투자 결정, 기술개발 등을 진두지휘해야 할 이재용 부회장이 옥중에 갇혀 심각한 리더십 부재(不在)의 위기 상태다.묶여 있는 기업 손발부터 풀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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