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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특별감찰관실 개점휴업 4년, 예산 34억 헛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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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비리 감찰 위해 朴정부때 설립 8개

사무실 중 불켜진 건 한 곳뿐

예산 집행 직원 3명만 덩그러니…

월세만 4580만원씩 꼬박꼬박

文정부, 무력화시킨 채 세금 낭비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한 건물 8층 특별감찰관실. 입구는 희뿌연 유리문으로 굳게 닫혀 있고, ‘특별감찰관실에 방문하신 분은 인터폰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15m 남짓 복도 양쪽으로 있는 8개의 사무실 중 불이 켜진 곳은 한 곳뿐. 인터폰을 누르자 남자 직원 1명이 나왔고, 뒤따라 여직원 1명이 놀란 표정으로 문 앞에서 고개만 내밀어 쳐다봤다. “요즘 무슨 일 하느냐”고 물으니 이 직원은 “기관 유지를 위한 행정 업무만 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진동 한 건물에 있는 특별감찰관실 유리 출입문이 닫혀있다. 이곳은 현재 파견 공무원 등 3명만 남아있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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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비리 감찰을 목적으로 설치된 대통령직속 특별감찰관실이 4년 8개월째 ‘개점휴업’ 상태다. 2016년 9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사직하면서 그 기능이 멈춰버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4년 내내 후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고, 그 사이 감찰담당관과 파견 직원 30여명은 그만두거나 원 소속 기관으로 복귀했다. 해체나 다름없다. 현재는 파견된 공무원 2명과 계약직 직원 1명만 근무 중이다. 한 전직 특별감찰관실 관계자는 “법에 따라 만들어진 기관이다 보니 없앨 수 없어서 현재 사무실 임차료 등 예산 집행을 위한 필수 인원만 남아 있다”고 했다. 정부 예산은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 돈을 지불하는 사람을 구분하도록 돼 있어 그 일을 하는 파견 공무원 2명과 사무보조원 1명만 남아있다는 것이다.

기능을 상실한 이 기관을 위해 매년 수억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이 특별감찰관실로부터 받은 예산 집행 현황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실은 2017년 9억6100만원, 2018년 8억3700만원, 2019년 8억2300만원, 2020년 8억4300만원을 썼다. 4년간 총 34억6400만원을 집행했다. 대부분 사무실 임차료다. 사무실 8곳을 비워놓은 채 월세만 4580만원씩 내고 있다. 직원 임금과 전기세 등도 나가고 있다.

특별감찰관실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3월 특별감찰관법이 통과된 뒤 이듬해 3월 이석수 특별감찰관 임명과 함께 출범했다. 이후 특별감찰관실은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가족회사를 통한 세금 회피와 재산 축소 의혹을 감찰하기도 했으나 이 감찰관 사퇴 이후 기능을 상실했다.

법에는 특별감찰관이 결원이 되면 30일 이내에 국회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후임자를 임명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지금껏 한 명도 추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수차례 국회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다고 했지만 국회에선 “그런 요청이 없었다”고 한다. 작년엔 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임명하면서 특별감찰관 임명도 함께하자고 약속했으나 여당의 비협조로 무산됐다.

현 정권 들어 조국 전 민정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개인 비리, 감찰 무마 사건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현직인 이광철 민정비서관도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불법 출국 금지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다. 특별감찰관이 있었다면 검찰 수사 전에 미리 감찰을 했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법에 두도록 돼 있는 기관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세금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현 정권이 끝날 때까지 특별감찰관은 공석(空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뭐가 두려워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럴 거면 하루빨리 폐지 법안을 통과시켜 특별감찰관을 없애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다. 김도읍 의원은 “정권 초기부터 문 대통령 자녀들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친인척 관리와 감찰을 해야 할 기구를 무력화시켜 놓은 것은 결국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했다.

[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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