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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못 찾나 안 찾나 [최경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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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가상화폐 시장이 상식을 뛰어넘는다. 장난삼아 만들었다는 '도지코인' 시가총액은 75조원을 넘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노골적으로 시세조작 발언을 쏟아낸다. 머스크가 방송에 출연하자 그것을 기회 삼아 55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일당까지 나타나는 지경이다. 아수라장이다. 가상화폐 시장의 기축통화 '비트코인'도 예외가 아니다. '발행량이 제한돼 있다'는 오랜 믿음을 깨고 씨티은행은 "소프트웨어를 바꾸면 발행량을 늘릴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혼돈의 신시장이다.

비트코인이 등장한 것은 2008년이다. '화폐전쟁'이라는 쑹훙빙의 베스트셀러가 세계를 강타하던 때다. 화폐발행권에 얽힌 암투를 다룬 책이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왕이 누구인지는 상관하지 않겠다. 통화 공급을 통제하는 사람이 통치자다. 그게 바로 나다"며 호언장담하던 로스차일드 가문을 조명했다.

미국 달러화를 누가 발행하는가. 당연히 미국 정부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1913년 설립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놀랍게도 민영은행이다. 로스차일드·JP모건 등이 주주다. 금융재벌들은 100여 년간 화폐발행권을 따내기 위해 미국 정부와 암투를 벌였고 결국 승리했다. 그 와중에 암살된 미국 대통령만 7명이라고 화폐전쟁은 서술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총을 맞았고 헨리 해리슨은 감기에 걸렸는데 돌연 숨졌으며 재커리 테일러는 복통으로 느닷없이 사망했다. 모두 민영 중앙은행 설립에 반대하던 대통령들이다. 삼국지처럼 '화폐전쟁'도 사실(팩트)에 상상(픽션)을 덧붙인 팩션이다.

금융재벌들은 FRB를 통해 미국 국채를 사들여 이자를 벌었고 그와 동시에 달러를 발행했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 돈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정이 달라졌다. 양적 완화로 달러가치와 이자율이 동반 급락했다. 돈벌이가 마땅찮을 이때 등장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인물이 '탈정부'와 '투명성'을 기치로 창시했다. 뭔가 달라 보이는 출발이다.

나카모토는 2011년 바람처럼 종적을 감췄지만 변함없이 가상화폐에 신비감을 불어넣는 인물이다. 미국의 대형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올해 초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그들의 운명을 좌우할 양대 변수를 지목했다. 그중 하나는 '정부 규제'인데 나머지 하나로는 '나카모토 정체 공개 여부'가 꼽혔을 정도다. 머스크가 도지코인 시세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그가 도지코인 발행량의 28%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돈다. 나카모토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60조원대로 추정된다. 그는 가상화폐 시장을 떠받치는 인물이자 메가톤급 물량을 지닌 폭탄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올해 4월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할 때 한국 미국 등 각국 정부가 일제히 경고음을 쏟아냈다. '거래실명제' 카드를 꺼내든 곳도 있다. 이때 쑹훙빙이 입을 열었다. "민간 영역의 가상화폐가 국경을 초월해 국가 주권을 위협할 정도가 되니 각국 정부가 위기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민간 대 정부' 구도라면 의문이 생긴다. 국가 정상들 간의 통화 내용까지 탈탈 털어내는 미국 정보당국이 10년 동안 나카모토를 못 찾은 것인가 안 찾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화폐전쟁에는 '양털 깎기'라는 기법이 등장한다. 화폐발행권자들이 작당해서 자산가격을 양털처럼 부풀린 다음 어느 순간 위기를 조장하면서 투자자 지갑을 털어간다는 음모론이다. 비록 가상화폐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시민화폐'를 표방하며 등장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거래 시장엔 정치·음모·사기가 판치고 있다. 가상화폐 발행자도 그들을 관리해야 할 정부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전인미답의 시장이다. 그런 시장에 모든 재산을 거는 '한탕주의'가 난무하니 걱정이다.

[최경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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