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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최저임금 정하는 룰까지 자기네들 입맛대로 바꾸려는 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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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키를 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9명 가운데 7명을 유임시키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노총은 지난 2년간 역대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한 책임이 공익위원에게 있다고 간주하고 10일부터 이들에게 조직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다. 별도의 웹사이트까지 만들어 공익위원 명단을 클릭하면 항의 이메일이 자동 발송되도록 하는 황당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상대에 대한 위협이자 겁박이다. 12일 오후 3시 현재 1만1000건이 넘는 문자 폭탄이 발송됐다. 민노총은 2018년 4월에도 국회가 최저임금에 들어가는 수당 범위를 늘리자 "인상 효과가 떨어진다"고 반발하며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에게 욕설 문자를 보낸 적이 있는데 또 문자 폭탄이라는 흉기를 꺼내 든 것이다.

민노총은 노사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했다며 사퇴를 종용하고 나섰다. 그러나 최저임금위 근로자 위원으로 참여하는 민노총이 이런 방식으로 대화 파트너인 다른 위원들을 압박하는 것은 반민주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최저임금을 정하는 룰까지 자기네 입맛대로 바꾸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2020년 2.87%(8590원), 2021년 1.5%(8720원)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것은 맞는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2018년과 2019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각종 부작용이 불거지자 속도조절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2년간 27.3% 인상되면서 인건비 부담에 문을 닫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늘고, 고용 시장은 급속히 위축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1~2020년 아시아 18개국 최저임금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6~2020년 한국의 연평균 최저임금 상승률은 9.2%로 가장 높았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악화와 고용 쇼크 우려가 큰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런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 민노총은 폭력적 행태를 당장 멈추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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