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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만리방화벽'에 숨은 中, 가짜 계정으로 해외 SNS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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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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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11월 30일 영국 런던에서 류샤오밍 당시 영국 주재 중국 대사(왼쪽)가 윌리엄 왕세손과 대화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만리방화벽’으로 해외 SNS를 차단한 중국 정부가 국영 매체와 외교관, 가짜 계정을 이용해 나라 밖 SNS 세계에서 중국을 비호하는 선동전을 벌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의 선동 방식은 국영 매체가 메시지를 만들면 외교관 SNS로 해외에 퍼뜨리고 가짜 계정을 통해 이를 증폭하는 것이다.

AP통신은 11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영국 옥스퍼드대학 내 옥스퍼드 인터넷 인스티튜트(OII)와 지난 7개월 동안 조사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철저한 인터넷 검열 제도를 시행하는 중국은 미국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중국 내 영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국영 매체와 중국 외교관들은 중국 밖에서 양대 SNS를 이용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영 매체와 외교관들의 SNS 활동은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퍼졌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속도로 늘어났다. AP는 세계 126개국에 파견된 중국 외교관 270명과 국영 매체가 최소 449개의 페이스북 및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계정에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약 95만건의 게시물이 올라왔고 2700만회 이상 공유되었다. 동시에 '좋아요'를 3억5000만회 이상 받았다. 중국 외교관들은 같은 기간 트위터에 총 20만1382건의 트윗을 올렸다. 하루 평균 778건의 트윗을 게시한 셈이다. 같은 기간 페이스북에는 총 3만4041건의 글을 올렸다.

이들이 게시하는 글들은 주로 중국 정부를 옹호하고 서방의 비난을 맞받아치는 내용이다. AP는 중국이 국영 매체와 외교관, 가짜계정을 이용해 3단계 선동전을 벌인다고 분석했다.

선동의 첫 단추는 국영 매체와 중국 정부다. AP는 해외 SNS 계정을 운영하는 신화통신, 인민일보, 차이나데일리, CGTV 및 중국 외교부가 최초에 선동 메시지를 만들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중국 외교관들이 해당 메시지를 공유하면서 1차 증폭이 일어난다. 외교관들이 공유한 메시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짜 계정을 통해 반복적으로 퍼져나가며 2차 증폭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은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영국 주재 중국 대사였던 시절 트위터 행적을 보면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류샤오밍은 2019년 10월 트위터에 가입했고 서방의 강경한 대중 정책을 공격하는 글을 자주 올렸다. 그의 팔로워는 11만9000명으로 늘었고 류샤오밍의 트윗은 지난해 6월~지난 2월 사이 4만3000회나 공유(리트윗) 되었다. 류샤오밍은 지난 2월 트윗에서 ‘늑대전사(戰狼·전랑)’로 불리는 중국 애국자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AP는 외교관들의 트윗을 열성적으로 퍼 나르는 계정들이 영국인이나 외국인으로 가장했지만 조직적인 가짜 계정이 많다고 지적했다. AP는 지난해 8월에 류샤오밍의 트윗을 동시에 12개 이상 계정에 리트윗했던 ‘gyagyagya10’라는 정체불명의 트위터 사용자를 지목했다. 해당 계정은 “중국의 소수민족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잘 보호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게시했다. AP와 OII는 문제의 사용자가 영국 내 중국 외교관의 메시지를 증폭시키기 위한 62개의 계정 가운데 일부라고 분석했다. 해당 계정들은 지난해 4월과 8월 중에 5일에 걸쳐 몇 분 간격으로 생성되었으며 대부분이 프로필에 자신을 영국인이라고 적었다. 이들은 지난해 6월~올해 1월 사이 류사오밍의 게시물을 총 1만8784회 리트윗했는데 이는 전체 리트윗 횟수의 44%였다. 해당 계정들은 같은 기간 영국주재 중국대사관 게시물을 931회 리트윗했고 전체 리트윗 횟수의 33%가 여기서 나왔다.

AP는 외교관 계정 가운데 75%가 최근 2년 안에 만들어 졌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내 언론 통제를 강화하던 시기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진핑이 중국 안팎에서 동시에 선동전을 벌인다고 추정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일단 가짜 계정과 선동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위터는 조작 금지를 명시한 운영정책에 따라 중국 국영 매체 및 외교관 게시물을 리트윗하던 계정 2만6879건을 정지시켰고 이들은 정지 전까지 약 20만회 리트윗했다. 지난해 6월~올해 1월까지 중국 외교관 게시물의 전체 리트윗된 횟수 중 10%(7만4648회)는 운영정책 위반으로 정지된 계정 8452개가 리트윗한 것이었다.

페이스북은 중국 국영 매체의 선동성 메시지를 막기 위해 지난 3월 1일까지 95개의 관련 영문 계정에 ‘국영 매체’라는 안내 표지를 달아 놓았다. 트위터 역시 같은 기간 중국 외교관 계정 14%에 ‘정부 관리’라는 표지를 붙였고 국영 매체 계정의 3분의 2에 비슷한 안내 표지를 달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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