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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조현아, 한진칼 120억원 어치 매도… “경영권 포기”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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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이 올해에만 총 120억원 어치의 한진칼(180640) 주식을 팔아 치웠다.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마땅한 수익원이 없는 가운데, 고(故) 조양호 회장 지분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3자연합이 사실상 해체된 만큼, 조 전 부사장이 경영권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한진칼 주식 총 87억원 어치(15만7500주)를 장내매도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KCGI(강성부 펀드)에 33억원 상당(5만5000주)의 한진칼 주식을 장외매도했다. 올해에만 총 12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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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진그룹 안팎에 따르면 이번 주식 매도는 조 전 부사장의 현금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6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연부연납 방식으로 매년 120억원가량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2018년부터 한진그룹 내에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고 있다”며 “급여를 받는 조원태 회장이나 조현민 한진 부사장과 달리 마땅한 수익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7월 대한항공 유상증자 당시 구주주 몫으로 배분받은 신주인수권 전량을 2143만원에 매도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에겐 주식 배당금이 유일한 수익원이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그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한진(002320), 정석기업, 토파스여행정보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한진칼이 별도의 배당을 시행하지 않았다. 토파스여행정보와 대한항공도 마찬가지였다. 정석기업과 한진만 배당에 나서면서 각각 2억8000만원과 240만원씩 챙기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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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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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중 1.79%는 세무서에 연부연납 담보로, 2.93%는 주식 담보 대출로 묶여있다. 전체 지분 5.47% 중 4.72%가 담보로 잡힌 셈이다. 그룹 안팎에선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 전 부사장)이 지난 4월 주식공동보유 계약을 종료하며 사실상 해체된 만큼, 조 전 부사장이 당분간 경영권에 미련을 갖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나머지 한진칼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거나 토파스여행정보나 정석기업 지분에도 손을 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영권을 포기해도 그룹 복귀 가능성은 작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열린 조양호 회장 2주기 추모행사에 불참했다. 2년 연속이다. 아직 남매간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 전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도 과거에 비해 훨씬 좁아진 상태다. 그는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주로 호텔과 기내식 사업에 공을 쏟았는데, 대한항공은 지난해 경영 정상화 명목으로 기내식, 면세 사업 상당 부분을 매각했다. 조 전 부사장이 대표로 있으면서 공을 쏟았던 왕산레저개발도 매물로 내놨다.

한진그룹 출신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란 강력한 변수가 경영권 다툼에 끼면서 조원태 회장뿐 아니라 그동안 경영권을 노렸던 3자연합도 한발 물러난 상황”이라며 “자의든 타의든 조 전 부사장 입장에선 상속세 부담까지 겹쳐 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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