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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비단으로 만든 스커트·트렌치코트… BTS 한복도 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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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정장 만드는 디자이너 김리을

첫 모델로 흑인 섭외, 갓 씌우고 곰방대 물려

“주한 대사 20명 옷도 제가 만들고 있죠”

조선일보

김리을 디자이너가 새롭게 선보인 한복 원단 라이더 재킷(보통 모터사이클 탈 때 입는 재킷, 아래에 벨트가 있고 지퍼가 장식으로 달렸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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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가수 지코, 배구 선수 김연경…. 최근 한국을 알리는 스타들의 주요 무대엔 이 남자의 의상이 함께했다. 디자이너 김리을(본명 김종원·28). 고급스러운 한복 비단으로 정장에서부터 트렌치코트, 반바지 등 서양식 복장을 구현한다. 최근 만난 그는 “한복에는 고운 선이 주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세련된 원단에서 느껴지는 품위도 존재한다”면서 “시대별로 모양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고유의 염색과 장인들이 직조해낸 견사(絹紗)는 감히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우리만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름이자 브랜드명인 ‘리을’은 한글 ‘ㄹ’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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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근정전을 배경으로 공연하는 BTS. 지민, 슈가, 제이홉이 김리을 디자이너 옷을 입었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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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남원 출생인 그가 한복, 특히 원단에 천착(穿鑿)한 것은 대학 때 전주 한옥 마을을 방문한 외국 친구의 말 때문이었다. 보기엔 예쁘지만 입기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대여점의 싸구려 중국산 원단도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수개월간 한복 장인들을 찾아 배웠다. 2016년 첫 작품을 내놓으면서 흑인 모델을 섭외했다. 갓 씌우고 곰방대 물려 그가 만든 한복 정장을 입혔다. 소셜미디어에 ‘좋아요’가 수만 개에 달했다. 광고계와 방송가에서 전화가 쏟아졌다. 스타 디자이너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김리을은 어린 시절 오로지 축구 선수가 꿈이었다. 공부 잘해야 축구를 할 수 있다는 부모님 말씀에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학구열도 대단했다. 중3 때는 전북학생과학발명대상 과학부문 대상도 받았다. 그가 특허청에 등록한 지식재산권도 10여 건에 달했다. 거문고도 4년을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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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서 리을 의상을 입은 가수 지코. 지코는 지난해 롯데칠성음료와 한국펩시콜라가 선보인 ‘펩시x글로벌 K-POP 프로젝트’의 한글 한정판 에디션 광고 모델로 나섰다.


드디어 ‘축구 선수’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을 즈음, 십자인대 파열로 6개월간 병원 신세를 졌다. 그는 “행복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면서 “넘어지는 일은 있어도 쓰러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두 발로 그라운드를 호령하지 못하는 대신 제 아이디어로 세계를 누비고자 했죠.”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SBA(서울산업진흥원) 청년 창업 지원을 받았다. 200일간 찜질방 생활하며 돈을 모았다. 각종 기획전에 응모해 브랜드 기획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광고 모델도 됐다. 올봄 찍은 삼성 갤럭시 S21 광고는 유튜브 조회 수 516만회를 넘어섰다.

그는 “옷을 파는 게 아니라, 생각을 판다”고 말했다. 한복 정장을 만드는 것도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만든 의상만 300여 벌. 패션 화보는 물론, ‘미스터트롯’ 경연 당시 영탁·김수찬 등 각종 무대 의상을 제작하면서 자비를 3억원 정도 들였다. 기획자로 일해 번 돈을 쏟아부었다. 최근엔 주한 대사 20명의 한복 정장도 짓고 있다.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주고 싶어서다. 해외 스타들의 의상 제작 요청도 상당하다. “우리 문화를 계속 알리다 보면 ‘리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場)이 커지지 않을까요? 그때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으로 세계에 나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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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을 디자이너 의상을 입은 가수 전효성/김리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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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 남승민, 김수찬, 안성훈, 영탁(왼쪽부터) '사형제'팀 의상/김리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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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선수 이승준 화보/김리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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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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