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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여론&정치] 지지층도 ‘잘못한다’는 人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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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부가 공직자 인사(人事)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14%였다. 복지·외교·교육·고용노동·경제·대북·인사·부동산 등 8개 정책 분야의 긍정 평가가 대부분 20% 안팎으로 저조했지만, 특히 ‘잘하고 있다’가 9%에 불과한 부동산 정책에 이어 공직자 인사 평가가 둘째로 나빴다. 공직자 인사가 낙제점을 받은 건 여당 지지층도 긍정(30%)보다 부정(48%) 평가가 높은 것의 영향이 컸다.

지난달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민생·소신·위기대처·통합·소통·인사 등 대통령 리더십 6개 분야 중 ‘장관 등 공직자 인사’에 대한 부정 평가(72%)가 1위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적격 논란이 일었던 장관 후보자들과 관련해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그동안 정부의 공직자 인사를 실패로 보고 있다. ‘야당의 반대’가 아니라 ‘국민이 반대’하는 인사를 지금까지 해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 탓, 제도 탓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청문회가 되고 있다”며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청문회로 하자”고 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인사 청문회 보완 논의가 여러 번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신상 문제는 비공개로 시스템화해서 확인하자”고 했다. 그러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청와대가 책임론에서 피해 가기 위해 제 눈의 대들보를 감추려 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인사 청문회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면 청와대와 여당은 먼저 야당 시절과 입장이 180도 바뀐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비공개 청문회’에 대한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도 넘어서야 한다. 작년 11월 갤럽 조사에선 바람직한 인사 청문회 방식으로 ‘도덕성·능력 모두 공개’(71%)가 ‘도덕성 검증 비공개, 능력 검증 공개’(23%)보다 세 배나 높았다. 여당 지지층도 과반수(66%)가 현재 방식인 ‘도덕성·능력 모두 공개’를 지지했다.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을 엉망으로 놔두고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인물을 뽑아서 비공개로 검증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게 민심이다.

모든 조직에서 ‘인사가 만사’라고 하지만 특히 공직자 인사는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민생·경제·일자리·부동산 등 무능력한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이 지금까지 국민의 삶을 망쳐놓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레임덕 문턱까지 온 것도 자질·능력·도덕성과 무관하게 자기편 사람만 중용한 ‘민심 역주행 인사’가 크게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4년 전 취임사에서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며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다”고 했다. 많은 국민은 이 약속을 공염불로 여기고 있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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