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100일, 피로 물든 미얀마
무장 군인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
시신에 장기 하나도 안 남아있어
인권단체 “지금까지 780명 숨져”
군인·경찰에게 체포된 다음 날인 지난 9일 시신으로 돌아온 미얀마 저항 시인 켓 띠.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시를 쓴 그의 시신에서 심장 등 장기가 모두 제거된 상태였다. [더친익스프레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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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머리에 총을 쏘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미얀마 반군부 활동을 벌이던 저항 시인 켓 띠(Khet Thi·45)가 군부에 끌려가 고문받은 뒤 심장을 포함한 장기가 모두 제거된 채 9일(현지시간)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월 1일 발생한 군사 쿠데타 100일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켓 띠는 미얀마 시민들의 머리를 조준 사격하는 군부를 비판하면서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시를 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부 사가잉 지역에 사는 켓 띠는 지난 8일 아내와 함께 무장 군인에 끌려갔다. 켓 띠의 부인은 인터뷰에서 “저도 심문을 받았고, 그들로부터 (어제) 남편이 심문센터에 있다고 들었다”면서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남편의 행방은 다음 날 사가잉으로부터 100㎞ 떨어진 몽유와 지역에서 확인됐다. 그는 “군이 아침에 전화를 걸어와 몽유와에 있는 병원으로 와서 남편을 만나라고 했다. 처음엔 남편이 팔이 부러졌거나 다쳤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도착해보니 남편은 영안실에 있었고 장기가 모두 제거돼 있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부인에게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인은 병원의 설명이 내장이 제거된 채 사망한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해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다만 군부에게 남편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청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군과 병원에 연락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켓 띠가 심문 센터에서 고문을 받은 뒤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 이후 780명이 군부의 무력 진압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켓 띠의 친척들은 시신에 고문당한 흔적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켓 띠는 군부 쿠데타 이후 사망한 세 번째 저항 시인이다. 켓 띠는 시작에 집중하기 위해 2012년 엔지니어로 일하던 직장을 그만뒀다. 대신 생계 유지를 위해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쿠데타 발생 2주 후 이런 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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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웅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순교자가 되고 싶지 않다.
나는 나약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바보가 되고 싶지도 않다.
나는 불의를 지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만약 내 생에
남은 시간이 1분이라면
그 시간만이라도 내 양심을
깨끗하게 하는 데 쓰고 싶다.
정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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