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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명분 확보한 검찰, 궁지 몰린 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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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심의위 ‘이성윤 기소’ 의견

검찰, 청와대 수사 탄력 받을 듯


한겨레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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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10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소와 수사 중단을 권고하면서 검찰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권고했다면 자칫 ‘표적 수사·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상황에서 이 지검장 기소는 물론, 청와대로 ‘칼끝’을 향할 명분도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 소집으로 반전을 노린 이 지검장으로서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된 셈이다.

수사심의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약 4시간에 걸친 비공개회의 끝에 이 지검장의 기소를 권고했다. 14명의 위원 가운데 위원장을 뺀 13명이 심의·의결에 참여했으며, 기소 찬성이 8명으로 반대(4명)의 두배에 달했다. 1명은 기권했다. 다만, 심의위는 수사계속 여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결했다.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져 더는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수사팀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으로 이 지검장의 향후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에서 불기소 결정이 나왔다면 새 총장 취임 뒤 인사에서 유임되거나 고검장으로 승진하더라도 방어 논리를 제시할 수 있었을 테지만, 기소 가능성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유임이나 승진이 쉽지 않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수사심의위 결정이 권고라는 점에서 구속력은 없지만 기소 의견이 나왔고 수사팀도 예상대로 기소를 한다면 이 지검장이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물론 유임이냐 승진이냐는 인사권자의 결정사항이지만, 그렇게 된다면 검찰 내부 동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이 지검장은 사퇴하고 법정에서 억울함을 다퉈야 할 것”이라며 “피고인 검사는 있을 수 없고, 피고인 중앙지검장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나 법무부 입장에서도 이 지검장을 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청와대로 ‘칼끝’을 향하던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심의위가 사실상 수사팀 손을 들어준 만큼, 김학의 출금 과정에 연루된 것으로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윗선’ 수사에도 긍정적인 여론을 등에 엎게 됐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팀은 이 사건을 더 깊이 끌고 갈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것”이라며 “검찰은 당장에라도 칼끝을 이광철 비서관까지 겨누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이 지검장을 신속하게 재판에 넘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당초 수사팀과 대검은 수사심의위 소집 전부터 이미 이 지검장을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수심위 결정으로 명분까지 얻게 됐다”며 “수일 내에 이 지검장을 기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 지검장은 2019년 6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며 김학의 전 차관의 긴급 출금 과정의 위법성을 인지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해, 관련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당시 안양지청의 보고서와 관계자 통화 내용 등을 토대로 수사 외압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이 지검장은 통상적인 사건 보고 절차에 따랐을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손현수 전광준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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