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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박종면칼럼]파티가 끝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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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대표] 동양의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류 정신사의 3대 스승은 공자 석가모니 그리고 노자입니다. 불가에서는 공(空)과 보시(布施)를 강조합니다. 노자의 도가에서는 아끼고 절약하는 것, 즉 색(嗇)을 중시합니다. '도덕경'에서는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데 아끼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공자의 유가에서는 용서하고 마음이 하나가 된다는 뜻의 서(恕)를 강조합니다. 제자 자공이 공자께 묻습니다. "한마디 말로써 평생 실천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공자가 바로 대답합니다. "그것은 바로 서(恕)다. 자기가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베풀지 않는 것이다."

2500년 전 공자에게 물었듯이 2021년 우울한 팬데믹(대유행) 시대에 누군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당신은 뭐라 답하겠습니까. "한마디 말로써 지금의 팬데믹 상황, 특히 팬데믹 시대의 경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게 있습니까."

여러 답변이 가능합니다. 주식이나 코인 등 자산시장의 폭발, 부동산 가격 폭등, 언택트(비대면) 시대의 도래와 IT(정보기술) 혁신, 백신 확보에 따른 선진국의 급격한 경기회복과 개발도상국의 회복지연 같은 '코로나 디바이드' 현상, K자형 경기회복과 양극화 심화 등 많은 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것도 정답이 아닙니다. 한마디 말로써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경제 상황을 설명해주는 단어는 유동성, 특히 과잉 유동성입니다.

주식 코인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폭발한 것도, 국가·개인간 양극화가 심화한 것도 모두 과잉 유동성 때문입니다. 돈은 근원적으로 아끼고 절약하는 것인데 너무 많이 풀리다 보니 소중한 돈이 헐값이 되고 온갖 희한한 일이 벌어집니다.

팬데믹 시대에 대응,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풀린 돈을 모두 회수하기도 전에 무한정으로 달러화를 공급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은 대략 5조달러 이상 쏟아부었고 올해도 인프라 투자 등에 4조달러를 추가 투입할 계획입니다.

돈을 쏟아부은 것은 미국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300조원 정도 풀었습니다. 물론 미국의 5000조원과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미국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원화가 유로화나 엔화 위안화 같은 국제통화도 아닌데 재정지출을 확대해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고 대외지불능력도 하락해 외환위기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워런 버핏의 지적처럼 달러화를 폭우처럼 쏟아부은 덕분에 미국 경제가 극적으로 예상보다 빨리 부활했습니다. 중국도 아닌 미국이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6.5%를 넘어 무려 7%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우리나라의 3.5~4% 성장전망보다 훨씬 높습니다. 중국이 결코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도 그렇고, 기축통화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팬데믹 위기라고 하지만 세계 경제는 '유동성 파티' 덕분에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초호황을 누립니다. 부동산과 주식은 물론 가상자산(암호화폐) 원유 농산물 등 안 오른 게 없습니다. 1990년대 후반의 '닷컴버블' 시대를 연상케 합니다.

한국 경제가 1분기 1.6%, 연간으로는 4%까지 성장이 예상되고 4월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1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은 것도 알고 보면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고 미국 등 세계 주요 나라들이 돈을 홍수처럼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또 당신이 주식투자로 몇 년간 골프 칠 돈을 벌고 당신 집값이 5억원, 10억원 오르고 이름도 낯선 코인에 투자해 연봉보다 많은 돈을 번 것도 당신이 투자의 귀재라서가 아니라 모두 과잉 유동성 덕분입니다.

파티에서 보내는 시간은 즐겁습니다. 그러나 파티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무제한으로 돈을 풀다가는 파티는 참사로 막을 내릴 것입니다. '유동성의 역습'을 경계해야 합니다. 언젠가 인플레이션은 현실화될 것이며 중앙은행과 재정당국은 유동성을 축소하거나 금리를 올릴 것입니다. 이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경기와 자산시장 과열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이 유동성 축소나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미국이 아니라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 개도국들입니다. 당신은 파티가 끝나는 때를 대비하고 있습니까. 국가·기업경영도, 가계운영도 기본은 아끼고 절약하는 색(嗇)입니다.

박종면 본지대표 m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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