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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OECD·IMF, 코로나·기후변화 대비 법인세 등 증세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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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조세정책 개혁’ 특별판

“포용 성장 등을 위한 개혁 필요

코로나가 정책 재고할 기회 제공”

IMF <압력에 놓인 법인세> 출간

“글로벌 기업은 코로나에도 이익

정부는 코로나 대응에 채무 늘어”

법인세 강화 필요성 강조

한국 정부 소극적 태도와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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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3조3천억달러 규모의 증세안을 제시했다. 워싱턴/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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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코로나19 대응은 물론 향후 기후변화, 불평등 심화 등에 대비한 조세정책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법인세와 소득세 등 증세 움직임에 힘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는 대조를 보인다.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펴낸 ‘조세정책 개혁 2021’(Tax Policy Reforms 2021) 특별판을 보면, 각국의 코로나 대응을 위한 조세정책과 함께 중단기적인 조세정책 개혁의 방향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각국이 코로나19 위기에 맞서 전례 없는 대응을 했고, 조세정책은 기업과 가계를 돕는데 주요 수단이었다”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세금 감면 및 유예 등의 ‘조세정책 꾸러미’는 최근 경기 회복 정책과 맞물려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세 움직임도 소개했다. 애초 계획된 화석 연료 사용에 대한 세금 강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체코 등이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 또는 누진세율을 강화하거나 영국이 2023년부터 법인세율을 끌어올린 사례를 짚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조세정책이 향후 기후변화나 불평등 심화, 고령화 등에 대비해 주요한 기능을 할 것이라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현재 시행 중인 세금 감면·유예 등 지원 대책을 필요성이 떨어질 때까지 유지하고, 투자 촉진을 위한 세제 지원 대책은 향후 자생 가능한 기업 위주로 한시적으로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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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증세를 위한 택한 방법. 출처: OECD ‘조세정책 개혁 2021’(Tax Policy Reforms 2021) 특별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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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기적으로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상황이 조세정책을 점검하고 개선할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경제 성장이 아닌 포용 성장과 고령화, 기후변화, 불평등 등에 초점을 맞춰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포용 성장을 위해 조세정책의 중요성과 위기로 심화한 불평등 완화를 위한 조세정책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게 눈에 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이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대응과 사회적 연대를 위해 고소득자와 글로벌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세금 인상을 강조한 맥락과 유사하다.

앞서 국제통화기금도 최근 <압력에 놓인 법인세>라는 책을 펴내 법인세 개혁의 필요성과 방법을 제시했다. 기금은 이 책에서 글로벌기업 대부분 코로나19 위기에도 막대한 이득을 거둔 반면 정부는 위기 대응에 재정 지출을 늘려 채무가 늘어난 상황이 됐다고 짚으며, ‘훼손된 국제 조세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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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최근 출간한 <압력에 놓인 법인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사무총장도 이 책을 언급하며 법인세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전쟁이 조세 정책 혁신의 원동력이었고, 세계대전과 전후 복구는 현재 법인세 체계를 만들었다”며 “지금은 코로나19와 기후변화라는 위기는 국제 조세 제도를 재고하고 고칠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논의 중인 ‘세원 잠식과 소득 이전’(BEPS :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과 미국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제안한 ‘글로벌 최저한세’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5년부터 이른바 ‘구글세’로 불리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 제고 방안을 논의 중이며, 올 하반기에 결론이 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사무총장은 “이런 노력이 수익이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충분한 세금을 그들이 벌어들이는 곳에 내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올해 합의에 이룰 것으로 낙관하고, 모든 나라가 패하는 길을 막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국제기구들의 최근 움직임은 국내 상황과는 크게 대비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경제학)는 “한국은 고령화가 빨리 진전돼 재량적 복지를 늘리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복지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 이를 위한 증세 논의와 계획이 요구된다”며 “다른 나라보다 낮은 소득세율의 인상은 물론 국제기구가 지적하듯 불평등과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한 자산 과세와 탄소세도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 부자와 기업에 대한 증세가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어 국제적으로 좋은 환경이지만, 한국에서는 ‘조세저항’을 우려해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경기가 안 좋을 때 증세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증세를 못하면 복지지출 증가도 어려워 불평등 완화에도 한계가 클 것”이라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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