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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독립유공자 후손 혜택, 남녀 없이 첫째로... 보훈처도 뒤늦게 안 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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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들’ 우선 기준 변경

증조부가 독립유공자인 2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1월 국가보훈처에서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라 취업 지원 대상자로 지정됐다. A씨는 그해 8월 정부 산하 한 공단이 취업 지원 지정자만을 대상으로 한 채용에 응시해 합격했다. 그런데 석 달 뒤 보훈처는 A씨에게 “취업 지원 대상으로 잘못 선정했다”고 통보했다. 공단이 이를 인용하면 합격이 취소되는 것이다.

조선일보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4일 대전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국립대전현충원 충혼당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국가보훈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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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벌어진 건 취업지원 혜택을 주는 독립유공자 후손 기준(보훈처 훈령)이 바뀐 것을 보훈처 실무자가 몰랐기 때문이다. 독립유공자예우법상 취업 지원 대상은 독립유공자의 ‘장손(長孫) 손자녀의 자녀 1명’이다. 그런데 보훈처는 ‘장손인 손자녀’ 해석 기준을 종전 ‘첫째 아들의 첫째 아들’에서 ‘남녀 구분 없이 첫째 자녀의 첫째 자녀’로 변경하고 2019년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남녀 구분 없이 첫째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A씨 아버지는 독립유공자의 남자 장손(장남의 장남)이었지만 첫째 자녀의 첫째 자녀는 아니었다. A씨 할아버지에게 누나 B씨가 있었다. 문제는 B씨의 손자 C씨가 작년 9월 보훈처에 취업지원대상 지정을 신청했고, 뒤늦게 해석 지침이 바뀐 걸 안 보훈처 측은 그해 11월 A씨 지정을 취소하고 C씨를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시대 흐름에 따라 남녀 불문 첫째 후손에게 혜택을 주는 쪽으로 지침이 바뀌었다”고 했다.

독립유공자예우법은 독립유공자의 장손 손자녀가 질병·장애·고령으로 취업이 어려운 경우 그 손자녀의 자녀 1명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요즘 같은 ‘청년 실업’ 시대에 독립유공자 후손을 그만큼 예우하는 것이다. 독립유공자 후손들끼리 협의해 취업 지원 혜택을 받을 후손을 1명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보훈처의 지침 개정으로 예전처럼 남자 장손이란 이유로 무조건 취업 혜택을 보는 건 불가능해졌다. A씨는 억울하다며 보훈처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면 채용이 취소될 수 있다. 이번 사례를 발견한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A씨는 선의의 피해자”라면서도 “다만 보훈 혜택에도 남녀평등 원칙이 적용된 것은 유의미한 변화”라고 했다.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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