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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노사가 안싸우니 현대차 세상…3년 '무분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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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편집자주]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코로나19 여파에 차량용 반도체 쇼크까지 확산되며 전례없는 업황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지만 르노삼성·한국GM 등 일부 국내 완성차업체 노조들이 파업에 나서거나 '하투(夏鬪)'를 대비한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판매 부진과 영업 적자가 이어지면서 대내외 경쟁력까지 떨어지고 있는 회사 상황을 고려치 않은 노조의 일방통행식 투쟁이 기업을 생존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MT리포트]노조가 가른 車산업 양극화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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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결' 머리띠를 두른 노조는 현대차 노사하면 항상 떠오르는 이미지였다. 춘투, 하투 등 소위 계절별 '투쟁'에 나서는 모습도 익숙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COVID-19) 위기극복을 위해 합심하면서 현대차 노사관계에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어닝 서프라이즈'급 현대차 실적도 따라왔다.

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투쟁 일변도였던 현대차 노사 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9월 11년만에 임금(기본급)을 동결하고 매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반복됐던 파업없이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이끌어내면서다.

현대차 노조가 기본급 동결을 받아들인 것은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세계 금융위기가 확산 중이던 2009년에 이어 3번째다. 지난해 동결에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가능했었다.


코로나19 '전사적 위기' 앞에 노사 합심…노조 지도부 "총파업 벌인다면 노조 사회적 고립 고착화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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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3공장 아이오닉일렉트릭 의장라인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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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무분규 합의와 11년 만의 임금 동결을 받아들이기까지 현대차 노조 내부에선 격렬한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현대차 측은 자동차 산업의 오랜 침체와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자 노조 지도부가 호봉 상승분을 제외한 임금 동결에 합의했지만 내부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던 것.

노조 지도부는 "조합원 이익만을 위해 총파업을 벌인다면 노조의 사회적 고립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고 조합원 설득에 나섰다. 결국 노조는 전체 조합원(4만9598명) 대상으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한 결과, 4만4460명(투표율 89.6%)이 투표해 2만3479명(52.8%) 찬성으로 가결했다.

노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늦게 교섭을 시작했으나 역대 두 번째로 짧은 40일 만에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노사 양측 모두 투표 결과가 나오기까지 가결을 장담하지 못했던 걸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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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2020년 10월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이후 현대차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공영운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사장, 이상수 노조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현대차 사장, 이원희 전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차 사장./사진제공=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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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협상 타결 후 2개월 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상수 현대차지부장과 오찬을 갖고 '발전적 노사 관계'를 위한 협력 방안을 격의없이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직원들의 만족이 회사발전과 일치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자"고 말했다.

또 그는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며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 회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현장 동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부장 역시 이에 화답했다. 이 지부장은 "품질문제에 있어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함께 노력하자"고 답했다.


노사가 단합하자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낸 현대차·기아…당기순이익 각각 175.4%, 2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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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가 단합하자 현대차·기아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내놓는 신차마다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코로나19 침체에 빠진지 1년만에 극적 반전을 이뤄낸 것.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 1분기 매출액이 43조97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2조7330억원, 2조5572억원으로 각각 108.9%, 212.4% 급증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및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등 고부가 차량과 각 브랜드별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어난 총 100만281대의 신차를 팔았다. 지난해 1분기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내수 판매 및 수출 부진 여파로 9년여만에 처음으로 분기판매 100만대를 하회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내수시장 선전이 눈에 띈다. 같은 기간 판매량이 해외(81만4868대)에선 9.5% 늘어났지만 내수(총 18만5413대)에선 16.6% 증가했다.


올해도 '무분규' 이어질까…임금 동결 보상 요구와 MZ세대 위주 사무·연구직 노조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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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김건우 현대자동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위원장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며 출범을 공식화했다./사진제공=현대차 사무연구직 임시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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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무분규 합의 등 이같은 분위기가 올해도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임금 동결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노조 내부에서 나올 것으로 보이고 새로 등장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위주의 사무·연구직 노조 역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12~14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한 뒤 이번달 말이나 다음달 초 사측과 상견례를 열 계획이다. 노조는 이번 교섭에서 일자리 지키기와 임금 인상 및 성과금 지급 등을 교섭 테이블에 올려놓을 전망이다.

다만 지난달 29일 공식 출범한 사무·연구직 노조는 올 교섭 참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관계법에 따르면 복수노조일 때는 노조 측은 사측과 임단협을 진행할 '교섭 창구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일화 과정에서 노조가 서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를 가진 쪽이 교섭대표 노조가 된다.

생산·기술직 위주의 기존 현대차 노조 지부는 사무·연구직 노조 출범으로 이들의 요구를 반영한 합의안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노조가 생산·기술직 중심으로 교섭을 이끌어왔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거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을 처음 겪으면서 현대차 노사가 '윈-윈'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올해는 그 모습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있는 만큼 협력적 노사 관계를 정립하지 못하면 역대급 실적을 이어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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