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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영 ‘40살 이상’-독 ‘18살 이상’…상반된 AZ 대상 연령 조정,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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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30살→40살 이상으로 제한 강화

독일 60살 미만 연령제한 해제

정부“모니터링 중…당장은 조정 없어”

전문가 “부작용 추이 따라 업데이트해야”


한겨레

경찰·소방 공무원 등 사회필수인력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접십자병원에서 의료진이 경찰 공무원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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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과 독일이 ‘희귀 혈전증’ 부작용과 관련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 연령을 변경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에서도 현재 30살부터로 되어 있는 접종 대상 연령이 바뀔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 희귀 혈전증 부작용의 발생률, 대체 백신 보유량 등을 수시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접종 연령 대상을 조정해갈 여지를 열어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서 영국 백신접종면역공동위원회(JCVI)는 지난 7일(현지시각)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대상 연령을 기존 ‘30살 이상’으로부터 ‘40살 이상’으로 바꾸는 것을 권고했다. 반면,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지난 6일 주 정부들과 협의한 뒤에 “18살 이상이면 누구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면서, ‘60살 미만 접종 제한’을 철회할 계획을 밝혔다. 독일의 연령제한 해제는 고령층 등 우선 대상자에 대한 접종을 마치고 전체 연령을 상대로 한 접종이 시작되는 6월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국가에서 이처럼 엇갈린 결정이 내려진 것은 각국의 코로나19 유행 상황과 희귀 혈전증의 발생률, 대체 백신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여건에 변화가 생기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의 ‘위험’과 ‘이득’ 수준이 종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1차 접종률이 52%를 넘어선 영국의 경우, 최근 신규 사망자와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서 ‘접종 이득’이 줄어든 점이 큰 영향을 줬다. 앤서니 할든 영국 백신접종면역공동위 부위원장은 40살까지 접종 제한 범위를 넓힌 것은 “영국 내 역학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리어 연령에 따른 접종 제한을 해제한 독일은 코로나 확산세가 영국보다 심한 상황에서 1차 접종률이 32%에 그치다 보니 접종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하원은 6일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에게는 이동·접촉 제한 등 방역 규제를 완화해주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두 국가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정책의 변화는, 매우 드물지만 치명적인 혈전증 위험과 백신 접종의 이득을 평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한국도 앞으로 코로나19 유행 수준과 희귀 혈전증 발생률 등에 따라 연령대별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위험과 이득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까지는 30살 미만 접종 제한을 결정한 지난달 12일에 견줘 확진자 발생 규모가 하루 500~700명으로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또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보고된 희귀 혈전증은 지금까지 0건이다. 아스트라제네카를 대체할 다른 종류의 백신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접종 대상자가 대거 늘어나면 희귀 혈전증 발생률이 달라질 수 있고, 하반기로 가면 화이자나 모더나 등 엠아르엔에이(mRNA) 백신 수급에 여유가 생기는 것이 변수다.

이날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국가별 정책 변화와 과학적 근거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고,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면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선 관련한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도 “당장은 독일이나 영국처럼 접종 대상자에 변화를 줄 만한 상황 변화는 있지 않다”면서도 “다만 유럽의약품청(EMA)이 희귀 혈전증을 부작용으로 인정한 뒤, 접종 진행에 따라 각국에서 희귀 혈전증 발생률 보고량이 더 많아진 점을 고려해 국내에서도 접종 이득·위험 분석을 ‘업데이트’를 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한국 역시 백신 접종 데이터와 코로나 유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접종 정책을 유동적으로 바꾸어가야 한다”며 “백신 접종 성패는 사회적 합의를 얼마나 잘 만들어가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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