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원 경제부 차장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이 조세정책의 기본이다.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무장관인 장 바티스트 콜베르의 말은 지난 4월 재보궐선거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나 자식 교육 때문에 일시적 2주택자가 된 학부형이나 내 집에 살고 있는 중산층까지 징벌적인 부동산 과세에 비명을 질렀다. 공시가격이 폭등해 “세금 내려고 대출받아야 한다”는 아우성마저 나온다.
집권 4주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출발부터 틀렸다.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라는 두 바퀴 중 하나에 잠금장치를 걸어두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정권 초 임대사업자 혜택을 장려하면서 갭 투자 광풍이 불었는데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과 동일시하면서 세금으로만 때려잡겠다고 밀어붙였다. 몇 차례 규제를 완화할 계기가 있었는데도 시장이 불안해질까 우려하다 스스로 외통수에 처했다. 무리하게 짜낸 지난해 6·17 대책은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는 젊은 세대의 ‘영끌’을 불러온 악수였다고 정부 내에서도 반성이 나올 정도다. 180석 거대 여당이 탄생하자 임대차 3법을 강행하며 전세 시장까지 자극했다. 2·4 공급 대책도 늦었다. 2년 전에는 나왔어야 했다.
고위 공직자는 1주택자여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만들었다. 검증 과정에서 ‘당신은 다주택자입니까’ ‘다주택자라면 1채 외에 처분할 계획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각 부처마다 승진을 앞둔 2주택 이상 공무원은 명예를 지키려 보유 주택을 증여하거나 매각하고 있다. 반면 당청 핵심 인사들은 끊임없는 ‘내로남불’로 국민들에게 실망만 줬다.
더불어민주당이 당 대표와 부동산특위 위원장 등 새판을 꾸렸지만 보유세 완화를 놓고 여전히 우왕좌왕한다. 대표적으로 종합부동산세는 11월에 고지서가 나가니 차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시각이다. 종부세 부과 기준일은 6월 1일이어서 행정안전부는 7월 말까지 과세 초안 작업을 해 국세청에 넘겨준다. 국세청은 9월께 종부세 합산 배제 및 부부 공동 명의 1주택자 특례 신청을 받아 11월 하순 납세자에게 고지서를 발송한다. 이런 절차를 감안하면 늦어도 6월까지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공시가 9억 원 초과’인 종부세 부과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료의 워딩에서 나오는 행간으로 봤을 때 12년째 유지된 기준을 사실상 바꾸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정부는 종부세·재산세·취득세·양도소득세 등에 대한 내부 입장 정리를 어느 정도 마쳤다. 지금껏 급하게 세금을 올려 역풍을 맞았는데 이제는 당청이 오락가락하지 말고 신속히 움직일 타이밍이다.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고 삐뚤어진 정책을 정상으로 돌리기에 시간은 많지 않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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