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세금부담률이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GAFA)의 1.8배에 달하고 미국 기업이나 글로벌 평균에 비해서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일 자회사인 퀵(QUICK)과 팩트셋이 글로벌 기업 5만7000여 개를 대상으로 3년(2018~2020년)간 세금부담률 평균치를 조사한 결과 GAFA의 경우 15.4%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세금부담률은 재무제표에서 법인세·사업 관련 세금 등의 항목을 세전이익으로 나눈 것이다.
삼성전자의 세금부담률은 27.9%로 GAFA의 1.8배에 달했고 일본 도요타(24.8%), 독일 지멘스(24.7%), 스위스 네슬레(23.8%)보다도 높았다.
지역별로는 미국 기업의 세금부담률이 가장 낮았다. 글로벌 평균은 25.1%였고 미국은 20.7%, 유럽 29%, 아시아 27.3% 등이었다. 삼성전자의 세금부담률은 아시아 평균과는 비슷했지만, 미국 기업에 비해서는 크게 높았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한국은 법인세율 자체도 높은 편이지만, 세액공제·감면 혜택이 적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감당하는 세부담이 주요 글로벌 경쟁사보다 크다"며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분석해 보면 미국은 7%, 일본은 6%인 데 비해 한국은 최대 2%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플 등 글로벌 업체와 싸우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세금 부담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며 "대기업일수록 세액공제 등 세제 혜택이 적어 이들이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요인이 되는 점도 아쉽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기업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 등을 주면서 국내총생산(GDP)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지만 코로나19로 재정 지출이 늘어나면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세율 인상을 추진하는 등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0년과 2020년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비교할 때 미국은 40%에 육박하던 것을 25.77%로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영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도 세부담률이 내려갔다. 법인세 수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 1990년대 2%에 육박하던 것이 2019년 1% 아래로 내려갔고 같은 기간 일본은 6%를 넘었다가 4%대로 하락했다.
GAFA 기업들의 세부담률이 다른 기업이나 지역에 비해 낮은 것은 무형자산에 기반을 두고 수익을 창출하면서 세율이 낮은 곳에 거점을 두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예를 들어 구글·애플·페이스북은 법인세율이 12.5%인 아이슬란드에 유럽 거점을 두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의 한 교수는 "세계의 세제는 무형자산보다 공장을 비롯한 유형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포착하기 쉽다"며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에 아직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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