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2 (토)

[단독] '우주에서의 30년' 우리별 1호, 지구 품에서 잠들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992년 8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고도 1300㎞, 지구경사각 66도인 임무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한국의 우주개발 시대를 연 우리별 1호는 5년간의 공식 임무 기간 동안 우리나라 위성으로는 처음으로 우주에서 한반도 영상을 찍고, 우주 방사선 환경을 연구하는 등 임무를 수행했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우리나라 국민에게 우주를 향한 '꿈'을 심어 주는 일이었다. 우리별 1호는 임무 완수 후에도 7년간 더 작동하다가 2004년 지구와 교신이 완전히 끊겼다.

한국이 자체적으로 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갖추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우리별 1호는 이후 17년간 침묵 속에서 지구 1300㎞ 상공을 외로이 돌고 있었다. 이 우리별 1호를 다시 지구로 데려오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9일 정부와 학계 등에 따르면, 우리별 1호 발사 30주년을 앞두고 국내 연구진이 우리별 1호의 '지구 귀환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권세진 KAIST 인공위성연구소장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우리별 1호를 지구로 귀환시키는 방안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제안과 전문가들 의견을 토대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내년께 관련 사업이 승인되면 프로젝트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형 발사체를 통해 수거 위성을 쏘아올리고, 우리별 1호를 수거해 지구에 재진입하는 게 대략적인 구상이다.

우리별 1호를 수거하는 작업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48.6㎏의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는 소형 위성이지만 총알보다 7배 이상 빠른 초속 7㎞로 지구를 돌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위성을 최고 800㎞의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발사체인데, 우리별 1호는 이보다 500㎞나 더 높은 곳에 위치한다. 권 소장은 "한국형 발사체는 궤도가 낮다 보니 우리별 1호 회수를 위해서는 높은 고도까지 천이궤도를 통해 따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천이궤도란 고도가 다른 두 궤도 사이에서 첫 번째 궤도로부터 다음 목표 궤도로 이동하기까지의 '중간 단계 궤도'다.

우리별 1호가 돌고 있는 궤도에 도착하더라도, 초속 7㎞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우리별 1호에 같은 속도로 근접하는 '랑데부'를 하는 것 역시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다. 랑데부 이후에는 우리별 1호와 수거위성의 도킹이 이뤄진다. 우리별 1호를 수거위성의 로봇팔로 결합하는 도킹 작업 후에는 대기권 안으로 재진입을 해야 한다. 재진입 과정에서 지구와 가까워질수록 중력에 이끌려 진입속도는 높아진다. 고도 80㎞ 인근에서 대기권과 만날 때쯤 되면 지구를 향하는 속도가 시속 2만5000㎞에 달한다. 엄청난 속도에 따른 마찰열 때문에 이 과정에서 우리별 1호는 전소된다.

지구를 떠난 모습 그대로 온전히 되돌아올 수는 없지만,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우리별 1호는 한국 우주역사에 또 하나의 업적을 남기게 된다. 권 소장은 "천이궤도, 랑데부, 도킹, 재진입은 우리가 소행성을 비롯해 달보다 더 먼 우주를 탐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별 1호 귀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관련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고 기술을 습득한다면 화성을 포함한 심우주 탐사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진 기대다.

우리별 1호처럼 임무를 다하고 지구와 교신이 끊어진 '퇴역위성'은 우주쓰레기로 분류된다. 빠른 속도로 지구 주변을 도는 퇴역위성들은 자칫하면 다른 위성과 우주정거장, 우주선을 부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지름 1㎝짜리 우주쓰레기가 초속 10㎞로 날아와 부딪히면 대형 위성도 절반 이상이 부서진다. 1996년 프랑스 인공위성 세리즈는 로켓 잔해에 부딪혀 운영이 중단됐다. 우주쓰레기로 인한 첫 인공위성 피해다. 유인우주선이 부딪히면 인명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올해 기준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크기 10㎝ 이상의 우주쓰레기는 2만3000여 개에 달한다. 10㎝ 미만인 우주쓰레기는 50만개, 지름 1㎜ 이상인 초미세 우주쓰레기는 1억개가 넘는다.

이미 전 세계에서는 이들을 처리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의 유럽우주국은 스위스 우주청소부 '클리어 스페이스사'에 우주 청소를 맡겼다. 2025년 포획 우주선을 발사해 2013년부터 지구 궤도에 남아 있는 위성 발사체 '베스파'를 수거하는 게 목표다. 포획 우주선에 장착된 인공지능(AI) 카메라를 통해 먼저 우주쓰레기를 찾고, 4개 로봇팔을 활용해 이 쓰레기를 주운 다음 대기권으로 끌고 내려와 태워 버리는 방식이다. 이를 수차례 반복해 우주쓰레기 약 100㎏을 처리한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약 1200억원에 달한다. 일본 우주청소 기업 '아스트로스케일'은 거대 자석을 실은 위성을 띄워 금속 성분 우주쓰레기를 수거해 대기권에서 태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새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