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이 물꼬를 튼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재권 면제가 단기에서 중기적으로 코로나19 백신 1회 접종분도 가져다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단기적·중기적으로 필요한 것은 우선 백신 공유이고, 둘째가 백신 수출이며 셋째가 백신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지재권 면제 논의에 사실상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지재권 면제 논의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지역에서 생산되는 백신을 기꺼이 대규모로 수출한다는 약속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바이오엔테크와 큐어백 등 자국 제약사가 백신을 만드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특허 규정을 완화하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필요한 백신 개발에 해를 끼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특허 완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공급하는 해결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럽 정상들은 백신 원료를 독점하는 미국에 '수출 길을 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일단 (미국이) 개방해야 한다"며 "먼저 앵글로색슨족이 수출 제한을 중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미국이 백신에 대한 수출 금지를 끝내고 백신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공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이 백신 필수 원료 수출을 막아 독일 큐어백 백신을 만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총리도 "미국 인구 상당수가 백신을 접종했으니 이제는 (백신) 원료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U가 미국에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는 자국 우선 접종을 고수하는 미국보다 EU가 백신 수출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EU는 EU 내 27개국에 2억회 분량을 배포했고, 이외에도 약 90개국에 비슷한 분량을 수출했다.
유럽 정상들은 기술이전을 통해 공장을 개조하고 백신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스페인·벨기에·스웨덴·덴마크 정상들은 EU 집행위 앞으로 보낸 공동서신에서 "백신은 안보 정책이며 EU는 뒤처지면 안 된다"면서 "유럽 내 생산능력 확충이 핵심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7일 중국 제약사 시노팜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비서구권 국가에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 WHO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노팜 백신은 앞으로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각국에 전달된다. 시노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역시 이르면 다음주 WHO 승인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서울 =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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